빈소엔 '신지 못한 흰 운동화'‥성실한 가장 앗아간 음주 뺑소니
[뉴스데스크]
◀ 앵커 ▶
음주 뺑소니 차량에 치여서 중태에 빠졌다가 사흘 만인 어제, 끝내 세상을 떠난 30대 남성.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났지만 성실하게 가정을 꾸려온 한 가정의 가장 이었습니다.
고인의 주변 사람들은 음주운전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제은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빈소 영정 아래 놓인 흰색 운동화.
행여 더러워질까 아껴두기만 했는데, 이제는 영영 신어 볼 수 없습니다.
나흘 전 새벽 음주 뺑소니 차에 치여 사경을 헤매다, 어제 끝내 숨진 30대 가장.
초등생 딸과 아내만을 바라보며 동대문 시장에서 원단 배송 일을 20년째 해온 가장이었습니다.
[장 모 씨/고인 친구] "동대문 시장에서도 유명하고 원단 쪽에서는 그 친구가 (베테랑)…딸도 아빠 엄청 좋아하고…"
팔 하나가 없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구김살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축구동호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고, 늘 주변을 잘 챙겼다고 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날도 모처럼 주말을 맞아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던 중이었습니다.
[하태환/고인 친구] "다 좋아해요. 항상 친구들 먼저 챙겨주고 그 친구들 생일 같은 거 다 기억해서 먼저 해주고 뭐 밥이나 먹자 먼저 얘기해주고…"
성실한 가장이자 자상한 친구를 한순간에 앗아간 음주 뺑소니 사고에 조문객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사고 직후 가해자가 목격자인 척 거짓신고를 하는 바람에 구호 조치마저 늦었습니다.
[하태환/고인 친구] "죽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보호 조치를 왜 못 해서 죽었나. 왔다 갔다 하고 또 가해자가 보고 나서 바로 이렇게 119나 이런 거에 신고했으면 되는데…(사고 현장과 집이) 100m 정도 차이밖에 안 나더라고요."
유족은 물론, 고인의 주변 사람들까지 가해자에게 엄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취재 카메라 앞에 서지 못하겠다고 한 고인의 아내는 "어린 딸을 두고 간 남편이 얼마나 억울하겠냐"며, "음주에 따른 '심신 미약'이란 이유로 솜방망이 판결이 나와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 영상편집: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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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이상용 / 영상편집: 김민지
제은효 기자(jeny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78424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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