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주도하는 ‘지구 구하기 작전’…스크린에 드리운 불편한 ‘중국몽’ [엄형준의 씬세계]
류더화 주연 ‘유랑지구2’
中 주도로 멸망 위기 ‘지구 구하기 작전’
CG 화려하지만… 현실선 기후 대책 뒷짐
량차오웨이 주연 ‘무명’
2차 대전 배경 中·日간 첩보 심리전 그려
연기 몰입감에도 공산당 선전 느낌 짙어
왕년의 홍콩영화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두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와 류더화(유덕화)가 주연으로 나선 중국영화 두 편이 최근 개봉하거나 개봉을 준비 중이다.
영화는 시간을 오가며 복잡한 전개 양상을 보이는데, 처음엔 누가 공산당인지, 혹은 국민당 측 인물이거나 일본의 앞잡이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감독은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비밀을 조금씩 풀어놓고, 누가 누구의 적인지 추리하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빛나는 건 양조위의 녹슬지 않은 연기로, ‘색, 계’에서 보여줬던 깊이를 알기 어려운 눈빛을 다시 볼 수 있다. 그가 맡은 방첩요원인 ‘허 주임’은 속을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허 주임 밑에서 일하는 ‘예 선생’ 역을 맡은 왕이보의 연기력 역시 아이돌 출신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하다. 조연부터 단역 배우들까지 뛰어난 연기는 영화의 몰입감을 높인다.
무명에 이어 5월10일 개봉하는 ‘유랑지구2’는 중국의 스타 SF(공상과학물) 작가인 류츠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태양의 변화로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지구 이동 계획인 ‘유랑지구’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태양을 버리고 스스로 태양계를 벗어난 지구에서 인류가 생존한다는 계획 자체가 허무맹랑하긴 하지만, 핍진성(이야기 내에서의 객관성·인과성)을 인정한다면 스토리는 납득할 수 있는 흐름을 보인다.
중국답게 방대한 스케일의 드론과 유인 전투기의 전투, 우주 엘리베이터 추락, 핵폭발 등의 장면을 연출하는데, 특수효과를 십분 활용한 이런 장면들은 상당한 기술 수준을 보이며, 어색하지 않게 표현됐다. 영화 배급사 측에 따르면, ‘반지의 제왕’, ‘아바타’ ‘호빗’ 등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웨타 워크숍’이 영화에 참여했다고 한다.
영화는 류츠신의 탄탄한 스토리에 류더화와 중국 블록버스터 단골 배우인 우징이 출연, 안정적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중국이 중심이지만, 단지 중국만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다며 초국가적 협력을 강조한다. 영화 중엔 미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국가의 언어가 등장하고 때때로 한국말도 들린다.
할리우드 재난영화인 ‘인디펜던스데이’나 ‘아마겟돈’에서 미국이 중심 국가였다면 이 중국판 블록버스터에서는 미국이 중국으로 치환됐다. 영화는 결말에서도 단순한 ‘인간의 승리’로만 그치지 않는다. 영화엔 알려진 것처럼 중국에 진출한 클라라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홍보처럼 그렇게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다.
두 영화는 중국영화의 수준이 진일보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에 홍콩의 뛰어난 연기파 배우, 연출 기술을 더해 영화계에서 ‘중국몽’을 실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중국영화의 변화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불편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무명’은 이야기의 결론에 다가갈수록 공산당 선전물 같은 냄새를 풍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홍콩 영화계 역시 중국의 정치색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색, 계’와 ‘무명’에서의 양조위의 역할 변화는 홍콩에서의 정치구도 변화만큼이나 극적으로 느껴진다.
‘유랑지구2’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더 늦기 전에 세계가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 각국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며 중국이 앞장서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 중국은 온실가스 협약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온실가스를 큰 폭으로 줄이지 않는 한 글로벌 기후 위기 해결은 불가능하다. 세계의 위기를 다른 나라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중국은 스스로에 대해 계몽에 나설 필요가 있다.
‘유랑지구2’의 경우 올해 개봉작 중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와 ‘만강홍’에 이어 전 세계 박스 오피스 3위, ‘무명’은 10위를 기록 중이고, 대부분의 흥행 수입은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나왔다. 아직 이들 영화가 글로벌 공감대를 얻진 못하고 있지만, 중국 국민에게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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