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동 걸린 巨野 입법폭주 … 총파업 등 의료대란 불보듯

전경운 기자(jeon@mk.co.kr), 심희진 기자(edge@mk.co.kr)이호준(lee.hojoon@mk.co.kr) 2023. 4. 2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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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의료법 본회의 통과
보건의료연대 긴급회의 소집
"파업 시기·방법 등 논의할것"
'범죄의사 퇴출' 의료법 처리
방송법 본회의 부의안도 강행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일방적으로 직회부안 간호법 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단독 처리 후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 수순을 밟은 양곡관리법의 입법 과정이 또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건의를 예고한 만큼 의료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입법도 못하는 최악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간호법 제정안을 반대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저녁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곽지연 간무협 회장에 이어 이필수 의협회장도 단식투쟁에 돌입했다"며 "13개 연대 단체장들과 파업 시기, 방법 등을 곧 논의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파업 등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간호법 제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입장문을 통해 "보건의료계가 간호법안 찬반으로 이분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의 중재 노력에도 야당 주도로 간호법안이 의결돼 안타깝다"며 "정부는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국민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긴급상황반을 구성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야당의 간호법 처리 시도를 직권으로 막고, 정부·여당의 중재를 지켜본 뒤 여야가 추가로 협의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한간호협회가 정부안을 거부하면서 이날 본회의에 야당안이 표결에 부쳐지게 된 것이다.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데에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영향을 미쳤다. 의료계 내홍의 핵심은 '단독 개원' 가능성에 있다. 간호법 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는다'고 돼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문제 삼으며 간호사가 의사 없이 병원을 차릴 수 있도록 간호법이 초석을 깔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간호법의 범주에 포함되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간호법을 반대한다는 점이다. 조무협은 간호법으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만의 보조인력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이번 간호법 통과로 직역별 개별법 난립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간협은 70여 년 된 의료법이 고령인구 증가, 만성질환 증가 등 최근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간호사들의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간호법 별도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간호사가 본연의 업무뿐 아니라 환자의 보호자, 전공의의 업무까지도 떠맡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인력의 정의·업무·양성·확보·배치 등에 관한 규정을 뚜렷하게 명시하지 않으면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표결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여야의 찬반 주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간호법 제정안 표결에 앞서 진행된 토론에서 반대 토론자로 나선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까지 웃으며 서로의 일상을 나눴던 의료인 동료가 이제는 국회 앞 시위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적으로 돌아섰다"며 "이게 민주당이 바라던 모습이냐"고 따져 물었다.

찬성 토론에 나선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거부권 건의는) 스스로 입법권을 포기하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또다시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간호법 통과 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거대야당 입법폭거 규탄대회'를 열고 "간호법 통과 후 사회 갈등과 국민 피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법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에 있다"며 "이 모든 혼란을 막으려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선고유예 포함)을 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제외했다.

한편 야당은 이날 KBS·MBC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안건도 단독으로 표결해 통과시켰다. 여당은 방송법 부의 안건 표결에도 반발해 표결에 불참한 채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전경운 기자 / 심희진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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