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잃은 여성 질질 끌고 갔는데도‥끝내 무죄 확정
[뉴스데스크]
◀ 앵커 ▶
클럽에서 처음 만난 여성과 술을 마시다가 이 여성이 정신을 잃자, 끌고 가다시피 모텔로 데려간 남성.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법정에 섰는데, 1심부터 줄줄이 무죄가 나오더니, 6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성폭행의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여성단체들은 정신을 잃은 사람을 질질 끌고 간 것 이상으로 뭘 더 입증하냐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모텔 주차장에 승용차가 들어섭니다.
뒷좌석에서 내린 남성 두 명이 몸을 못 가누는 여성을 끌어내립니다.
여성은 가방도 없고 맨발인 상태, 신발조차 남성이 들고 있습니다.
끌려가다시피 방으로 옮겨진 여성.
남성 한 명만 그 방에 남았습니다.
서울 홍대의 클럽에서 처음 만나 함께 술을 마신 여성을, 30분 넘게 떨어진 경기도 한 지역까지 데려온 겁니다.
몇 시간 뒤 잠에서 깬 여성은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고, 이후 '싫다'며 저항했지만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수사기관은 여성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즉시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고 모텔에서 나와 남성이 사준 초코우유를 얻어마셨다며 성폭력이 없었다고 본 겁니다.
여성이 클럽에 가방도 남겨둔 채 끌려간 데다, 남성이 택시를 이용했다고 대놓고 거짓말까지 했는데도, 이런 점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여성은 법원에 직접 재판을 요청했고, 법원은 일단 남성을 법정에 불러 세웠습니다.
죄명은 준강간 미수 혐의.
정신을 잃고 저항을 못하는 상태였는지, 그런 상태를 이용해 고의로 성관계를 시도했는지, 두 가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정신을 잃은 상태라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남성이 이 상황을 이용한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1심부터 3심까지 내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여성단체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클럽에 다니는 술 취한 여성'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판결이란 겁니다.
[김태옥/천주교성폭력상담소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보다, 술에 취해 기억을 못 하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명백한 2차 가해다."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을 상담을 하다 보면 흔히 접하는 사례라며, '가장 보통의 준강간 사건'이라고 불러왔습니다.
남성에게 여러 명이 함께 여성을 끌고가 놓고 둘이 택시 탔다고 거짓말한 이유를 묻지 않고, 피해자에게 왜 우유를 얻어마셨냐고 따지는 게 늘 있는 일이라는 얘기입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취재 : 김두영 / 영상편집 :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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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s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78421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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