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건달인데” ‘층간 흡연’ 피해 호소한 주민 향한 협박성 쪽지

박선민 기자 2023. 4.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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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 이웃의 층간흡연 피해 호소문에 자신을 "건달"이라고 소개하며 답변문을 붙인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

한 아파트 실내 흡연자가 연기와 냄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웃에게 협박성 쪽지를 남겨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흡연자는 자신을 ‘건달’이라 소개하며 다소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아파트 ‘층간 흡연’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7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아파트에 붙은 호소문을 찍은 사진이 공유됐다. 호소문에는 “안방 베란다에서 흡연하시는 분께 부탁드린다. 샷시(창틀)가 허술해 문을 닫아도 냄새가 올라와 힘들다. 제발 실내 흡연을 삼가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주민이 실내 흡연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호소문 옆에는 다소 공격적인 내용의 답변이 붙었다. 흡연자로 보이는 인물이 “맹목적으로 흡연을 삼가라고 하지 말고 피우지 말아야 할 시간대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하면서 자신을 ‘건달’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흡연자는 호소문을 작성한 주민이 ‘샷시’라는 단어를 쓴 점도 걸고 넘어졌다. 그는 “샷시의 문제? 영어 하지 말고 3일 이내 답변 달라. 건달이다. 제삼자들 조심하시고 해당 분만 답하라”고 했다. 흡연자의 답변은 언뜻 협박성 발언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 게시물에는 흡연자에 대한 비판과 함께,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아래층 어딘가에서 매일 아침, 밤마다 담배 피우는데, 누군지 찾을 수가 없다. 이번 주에 이사 간다” “우리 아파트에도 3개월 동안 좋게 말해도 계속 피우는 주민 있다. 조만간 대판 싸움 날 것 같다” “간접흡연이 더 고통스럽다” 등이었다. 흡연자가 ‘건달’을 언급하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해서는 “건달이 벼슬이냐” “흡연보다 협박이 문제” 등의 반응이 나왔다.

다만 흡연자의 태도와 별개로, 자기 집 안에서의 금연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동주택에서의 금연은 배려의 문제일 뿐, 강제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럼 고기, 생선 구워 먹는 냄새도 눈치 봐야 하나” “베란다 창문까지 닫고 피는 거면 뭐라고 할 수 없다. 사실 열고 피워도 뭐라 할 수는 없다. 매너에 해당하는 문제” 등의 의견을 남겼다.

실제로 데시벨(㏈) 등 피해를 측정하는 법적 기준이 있는 층간 소음과 달리, 층간 흡연은 이 같은 기준이 없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동주택의 입주자·사용자는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법적 강제성은 없다. 국민건강증진법상 아파트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및 지하주차장에 금연구역을 설정할 수는 있지만, 세대 내 주거 공간은 지정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층간 흡연은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건강에도 해롭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문제가 더 크다. 삶의 질을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다 보면 이웃 간 분쟁이 생기고 갈등이 조장된다. 집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온상이 되는 셈”이라며 “캠페인 등으로 아파트 실내 흡연 자제 인식 개선을 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조차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에 불과하므로 쉽지 않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서서 환풍기 등을 설치하는 등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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