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언품을 갖자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입은 재앙의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중국 후당시대 재상을 지낸 풍도는 세 치 혀를 놀리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조심해야 하는 건지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가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한 명의 임금을 섬긴 처신의 달인으로 역사에 남은 것도 이런 신중함 때문이겠죠.
풍도의 깨우침은 천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 미국에서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며칠 전 미 폭스뉴스의 간판급 앵커인 터커 칼슨이 전격 해고됐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한 2020년 대선에서 부정이 발생했다고 거짓 방송한 대가로 폭스가 투·개표기 회사에 1조 원에 달하는 명예훼손 배상금을 물어주기로 합의한 지 엿새 만이었습니다.
반대진영 그러니까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표 채널인 CNN에선 자극적단어로 트럼프를 맹공해 온 간판 앵커 돈 레몬이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방송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인 50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두고 여성의 전성기는 20~30대이고 잘해야 40대라고 발언했거든요.
이제 우리나라로 와볼까요.
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넷플릭스로부터 3조 3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낸 걸 오독한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지금 해외에 투자할 때인가라며 항의했죠.
누구나 잘못 읽을 순 있습니다. 문제는 그 뒤입니다. 그는 사과는커녕 사진 찍으러 미국 갔냐며 재차 화를 냈죠.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를 주어가 생략된 오역이라고 했다가 해당 기자가 녹취록을 공개한 일이 있었죠.
사실 이건 더 민망합니다. 여당이 보기에도 '주어'가 윤 대통령이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니까요. 결국 여당이 대통령을 더 곤혹스럽게 만든 셈이 됐습니다.
미국에선 막말의 주인공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데 우린 언제까지 이런 말들을 들어줘야 할까요. 우리도 막말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하면 좀 나아질까요.
이제 국민은 정치권의 막말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너무 많으니까요. 국민이 귀를 기울이게 하고 싶다고요? 그럼 되레 품위 있는 말을 하면 됩니다. 요즘은 그게 더 튄다니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언품(言品)을 갖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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