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180석 파워' 과시…'쌍특검' 패스트트랙도, 간호·의료법도 일사천리

2023. 4. 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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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퇴장 시위' 속 野 줄줄이 일방처리…與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예고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이른바 '쌍특검'('50억 클럽 특검'·'김건희 특검')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쟁점 법안이었던 간호법·의료법도 일방 통과시켰다. 의석 수에서 야당에 밀린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해 표결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해당 법안들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민주당·정의당 등 야권은 27일 오후 본회의에서 두 특검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특검 법안의 정식 명칭은 각각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무기명 투표 결과는 '50억 클럽 특검' 법안의 경우 표결 참여 인원 183명 전원 찬성, '김건희 특검' 법안은 찬성 182명, 반대 1명이었다.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선 재적 의원의 5분의3인 18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특검 법안 처리 요건 충족을 위해 이날 표결을 위해 총동원령을 내렸다. 민주당(170명)과 정의당(6명),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4명), 기본소득당(1명), 진보당(1명)까지 합치면 총 182명으로, 2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올 경우 법안 처리가 무산되기 때문이었다.

특검 법안의 세부 내용과 처리 절차 등을 두고 충돌을 빚기도 했던 민주당과 정의당은 결국 압도적 찬성으로 두 특검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는 데 성공했다. 신속처리안건 심사에는 국회 소관 상임위(최대 180일)와 본회의 숙려기간(최대 60일)을 거쳐 최장 240일(8개월)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두 특검법에 대한 표결은 늦어도 12월 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양 특검 법안의 연말 처리를 염두에 두고 이날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특검을 선거정국 현안으로 띄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왔다.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거부에도 불구하고 야당 단독으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표결 전까지 여야는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두 특검법안에 대한 제안설명에 나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50억 클럽 명단에 포함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유일하게 기소되었지만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이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과 특검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초당적·국민적 공감대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특검'에 대해선 "대통령의 배우자가 관여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음에도 국정 운영에 큰 책임이 있는 여당은 진상을 밝혀 사실관계를 입증하기보다 이전 정부의 수사를 핑계로 상식적인 문제 제기마저 정쟁으로 일축하며 관련된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토론에 나섰다. 전주혜 의원은 "쌍특검법은 야권발 정치 야합의 산물"이라며 "이재명·송영길 전·현직 민주당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민주당, 그리고 노란봉투법이라는 '불법파업 조장법'을 처리하기 원하는 정의당이 입법 거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형수 의원도 "특검은 검찰이 충분히 수사하고도 공정성이 의심스러웠을 때 하는 것이다. 지금 검찰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서둘러 처리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민주당) 돈봉투 '쩐당대회'와 이재명에 몰린 국민 시선을 돌리겠다는 것이며, 대통령실을 흠집 내 사법리스크를 타개하려는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토론 직후 본회의장을 나섰고, 결국 야당 의원들만 남아 투표를 진행했다.

의료법·간호법도 신속처리안건 지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불참 속에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하는 것으로, 간호사의 근무 환경·처우 개선 등을 국가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은 범죄를 저질러 실형 선고를 받은 경우를 의료인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간호법은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법안 상정에 동의하지 않아 자동으로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간호법은 결국 이날 안건으로 상정됐고, 표결 결과 재석 181인 중 찬성 179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 직전 반대 토론에 나서 간호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종성 의원은 "간호 업무의 중요한 주체인 간호조무사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며 "약자들을 위한다면서 간호사보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간호조무사들의 외침은 왜 무시하느냐"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앞서 퇴장했음에도, 같은 당 최연숙 의원과 김예지 의원은 본회의장에 끝까지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간호사 출신인 최 의원은 토론에서 "간호법은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하기 위한 법이자 숙련된 간호 인력 확보 등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담고 있는 법"이라며 같은 당 의원들의 의견을 반박해 주목받았다.

간호법과 함께 본회의에 직회부된 의료법 개정안도 재석 177명 가운데 찬성 154명, 반대 1명, 기권 22명으로 본회의를 통과됐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단순한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나 재산범죄 그리고 행정법규 위반 범죄 등 범죄 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범죄에 대해서 금고 이상의 형을 결격 사유로 삼아 의료인의 면허를 제한하거나 취소하려는 것은 의료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나 이미 면허를 받아 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비판한 뒤 다른 의원들과 함께 투표를 거부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다음 본회의 처리 안건으로 부의하는 안건도 마지막으로 통과됐다.

▲국회 본회의를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 "與 노골적 방해, 국민이 평가" vs 與 "거부권 건의할 것"

쟁점 법안이 이날 본회의에서 다수 처리된 데 대해 야당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본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사법정의와 법 앞의 평등을 위한 민주당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특검법 패스트트랙 지정의 의미를 기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안은 국민 압도적 다수가 필요하다고 지지해 왔다"며 "검찰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했다면 여기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역시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로 원내대표 임기가 종료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에게 시간도 줬고, 국민의힘에게도 논의의 기회를 줬다. 하지만 검찰과 국민의힘은 모든 기회를 차버렸다"면서 "노골적인 방해로 일관하던 그들의 행태를 국민들께서 있는 그대로 평가하시리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특검을 실현시켜 퇴행하는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양 특검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간호·의료법 등은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정작 법 시행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간호법 통과 후 사회적 갈등, 국민 피해의 전적인 책임은 법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에 있다"면서 "이 모든 혼란을 막기 위해선 윤석열 대통령께서 재의 요구권을 행사할 방법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쌍특검을 밀어붙일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고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덮으려는 '쌍방탄' 목적"이라면서 "야합만 남은 민주당의 검은 속내와 입법 폭주를 모든 수단을 다해 막겠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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