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흉내낼 수 없는 '인간의 언어'

김지선 기자 2023. 4. 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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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데이터와 주입된 문법으로 인간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는 챗 GPT의 답변은 사람보다 유려하다.

하지만 당대 최고 인지과학자로 평가받는 모텐 크리스티안센과 닉 채터는 컴퓨터엔 인간지능의 결정적 열쇠인 '언어의 토대'가 결여돼 있다고 말한다.

언어는 순간의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인간은 신념과 창의성을 한데 엮어 수학과 과학, 철학, 종교, 예술을 즉흥적으로 창조하는 토대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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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언어 (모텐 H. 크리스티안센·닉 채터 지음 / 이혜경 옮김 / 웨일북 / 448쪽 / 2만 4000원)
언어를 안다는 것, 인류의 역사를 아는 것
인간 유전자에는 언어의 청사진이 새겨져 있다

"언어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우연적 결과물"

방대한 데이터와 주입된 문법으로 인간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는 챗 GPT의 답변은 사람보다 유려하다.

하지만 당대 최고 인지과학자로 평가받는 모텐 크리스티안센과 닉 채터는 컴퓨터엔 인간지능의 결정적 열쇠인 '언어의 토대'가 결여돼 있다고 말한다. 언어는 순간의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인간은 신념과 창의성을 한데 엮어 수학과 과학, 철학, 종교, 예술을 즉흥적으로 창조하는 토대를 갖고 있다. 문법 같은 규칙성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 기저에는 무언(無言)의 규칙과 관행, 문화 등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항상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구사되는 언어의 즉흥적인 면을 인공지능은 흉내 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두 저자는 '애초에 인간 유전자에 언어의 청사진이 새겨져 있다'는 가설이 인간 언어의 기원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따라며 언어를 '문법이라는 원리에 따라 생성되는 산물'로 보는 주류 학설에 반대한다.

1950년대 학계에 등장한 노엄 촘스키는 인간 뇌에 '보편 문법'이라는 언어 체계가 내장돼 있고, 지구상 모든 언어가 이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어 아이들이 태어난 뒤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두 저자는 언어가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우연적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언어는 유전자나 뇌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닌, 인간의 독창성이 수천 년간 축적되며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언어 탄생 과정을 두고선 몸짓만 보고 의미를 유추하는 제스처 게임에 빗댄다. 게임을 하듯 음성을 이용해 즉흥적으로 소통하다가, 점차 규칙이 생겨 오늘날의 정교한 언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보편 문법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언어가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한 세기가 넘도록 언어학자와 인류학자들이 지구 곳곳 고립된 집단들의 언어를 연구해 보니, 생소하고 독창적인 규칙들이 계속 발견됐다고 설명한다.

두 저자는 지금도 언어가 제스처 게임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가고 있으며, 이 같은 관점으로 봤을 때 젊은 세대의 문법 파괴는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언어의 창조는 그 자체로도 중요할 뿐 아니라 진화의 본질 또한 변화시켰다. 언어가 있기에 인간의 문화와 법, 종교, 예술, 과학, 경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언어를 안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아는 것과 같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언어, 진화생물학자도 아직까지 풀지 못한 인류의 '3대 미스터리', 언어의 기원을 두 인지과학자가 낱낱이 해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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