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돌입, 총파업 논의" vs "환영" 간호법 통과에 극과 극 반응
27일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윤석열 대통령의 손으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느냐의 여부가 두 법안의 생존을 좌우할 예정인 가운데, 간호법 제정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각 직역이 울고 웃었다.
먼저 대한간호협회는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국회에서 여야 및 정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간호법(대안)을 심의·의결한 데 대에 감사한다"며 환영했다.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한 13개 직역 단체인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단체장의 단식 농성에 곧바로 돌입했다.
간협은 "간호법은 17대와 20대,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3번째로 발의된 법안으로 (이번 통과는) 무려 18년 만에 이뤄진 매우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보건 의료체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불필요한 기우일 뿐 사실이 아니다. 우수하고 숙련된 간호 인력 양성, 적정 배치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법제화한 만큼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는 질병 구조의 변화에 대처하고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에 대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께 약속한다"고 밝혔다.
반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두 법안의 가결 직후 보건복지의료연대 각 단체장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각 직역의 입장과 향후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협회는 정부와 여당의 중재 의지를 수용해 통 크게 양보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판이하게, 중재안을 일고의 고려도 없이 원안을 고집해 이를 강행했다"며 "그 이유가 다름 아닌 간호사만을 위한 특혜이며, 직역 이기주이임을 명백하게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여당이 준비한 중재안에 간호사만을 위한 처우 개선 조항이 있었고,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간호인력지원종합대책에는 간호법보다 훨씬 진일보한 간호사 처우 대책이 발표됐지만 간호협회는 중재안 수용을 거부하고 국회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며 원안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등 막무가내 행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은 "결국 간호협회가 고집하는 건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꼭 들어간 간호법 제정이라는 것"이라며 "이는 간호사들이 병의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며 질병 치료가 아닌, 돌봄 서비스의 이권을 선점하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간호사들은) 철저히 자신을 약자 코스프레하며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다양한 직역을 멸시했다"며 "간호법 제정이 마치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것처럼 끊임없는 거짓 뉴스를 전파하며 견고한 보건복지의료연대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고 갈라치기를 시도해왔다"고 꼬집었다.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간호사만 헌신한 게 아닌데도 간호법 제정을 통해 '원팀'으로 가능해야 할 보건의료시스템의 붕괴 원인을 제공한 현실에 개탄한다"며 "악법 제정으로 필수-중증 의료현장에서 앞으로 벌어질 대혼란과 국민의 피해는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백설경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회장은 "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은 여야 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초유의 반민주적 사태였다"며 "이에 대통령실과 여당은 최근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의석 수에만 기대어 일방적으로 추진한 법안들에 대해 재의 요구권 행사를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두 법안이 가결된 직후인 이날 오후 6시경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그는 의협회관 앞에 설치한 천막 안에 머물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가겠다"며 "거부권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남은 최종 결정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에게 맡긴다"고도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간호법안의 국회 본회의 의결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보건의료계가 간호법안 찬반으로 이분돼 크게 갈등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의 간호법안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갈등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채 야당 주도로 간호법안이 의결돼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정부는 보건의료 직역 간의 갈등과 반발에 따른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며,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짤막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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