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했는데 부하직원 11명 중 9명 ‘휴가’...뿔난 이태리 장관 내린 징계는

젠나로 산줄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탈리아의 문화부 장관이 징검다리 연휴에 휴가를 쓴 국장들을 질책해 화제다. 일보다는 여가를 중시하고 특히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한 이탈리아에서 보기 드문 일이어서다.

해당 장관은 이번에 휴가를 떠난 국장들에게 여름 휴가철 피크인 8월 15일 점심 식사를 같이하자고 제안, 일종의 징계까지 내렸다.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에 따르면 젠나로 산줄리아노 장관은 지난 24일 출근했다가 문화부 국장 11명 중 9명이 휴가를 쓴 걸 알고 단단히 뿔이 났다.

그는 “몇 가지 전달 사항이 있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국장 11명 중 9명은 자리에 없고 2명만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요일인 25일은 이탈리아의 공휴일인 해방기념일이다. 월요일인 24일 하루만 휴가를 쓰면 토요일부터 나흘간 연이어 쉴 수 있다.

이탈리아에선 이번 황금연휴에 전체 인구(5890만명)의 약 3분의 1인 1700만명이 여행을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황금연휴에 휴가를 떠난 국장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휴가를 쓰는 것은 개인의 권리지만 공휴일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우리 부처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런 날에는 근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 연휴일수록 미술관, 박물관 등을 찾는 관광객이 많은 만큼 이를 관장하는 문화부 국장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해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모든 국장들을 휴가철 피크인 8월 15일 점심 식사에 초대하겠다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24일 휴가를 쓴 국장들에게 일종의 징계를 내린 셈이다.

한편, 산줄리아노 장관은 국장들의 무더기 결근이 “여름 휴가철에 도시가 텅텅 빌 때 경찰관들이 휴가를 가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라스탐파’는 공공안전에 필수적인 서비스는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문화부의 업무를 똑같은 범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