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수 제한 없이 우선매수권 신고…피해주택 낙찰금액 낮출까
전세대출에 경락대출 부담…후순위 임차인은 실익 따져봐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김치연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부여받는 건 피해 회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게 유리할지, 어느 시점에서 행사할지, 감당할 수 있는 낙찰액은 얼만큼인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우선매수권을 넘기는 것이 나을지 등 따져보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 많다.
27일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담겠다고 밝힌 임차인 우선매수권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됐더라도 세입자가 해당 낙찰 금액을 법원에 내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임차인은 매각 기일 이전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미리 신고하고,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미리 신고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낙찰 이후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문의한다.
우선매수권을 활용하는 임차인은 최고가 낙찰액과 같은 가격에 물건을 매수할 수 있다.
그런데 경매 물건에 우선매수권이 달려 있으면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입찰해봤자 어차피 피해 임차인에게 집이 돌아가기 때문에 제3자의 참여 유인이 떨어진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신고하는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단, 행사 횟수는 한 번으로 제한된다.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면 미리 공고된 최저 매각가격을 20∼30% 낮춰 다시 경매에 들어간다. 우선매수권을 신고한 물건의 경매가 유찰되면, 다음 경매에 다시 우선매수권을 신고해 또다시 유찰시키는 식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구조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매수권 신고 횟수에 제한은 없지만 의도적으로 경매가를 떨어뜨리는 부분에 대해선 법원에서 조정하게 되며, 이는 법원의 판단 영역"이라고 말했다.
현행 경매 제도에서 법원은 공유지분자가 우선매수권을 신고한 경우, 신고만 했어도 매수권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 다음번 입찰 땐 우선매수권을 쓸 수 없다.
다른 입찰자의 참가를 제한하고 낙찰가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매각기일 전 우선매수권을 신고한 뒤, 입찰 보증금을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반복해서 유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감정가격이 1억원에 나온 주택이라면 유찰 후 두 번째 경매 시작가(최저매각가)는 8천만원, 세 번째는 6천400만원, 네 번째는 5천120만원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팀장은 "우선매수권을 계속해서 신고해 극단적인 경우 감정가의 10%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다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피해 주택을 싸게 받아 도움이 되지만, 다른 채권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여러 차례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예외 적용을 법원에서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들은 경매에 들어가도 보증금을 전부 회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 주택이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이미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아무리 저금리라지만 경락 대출까지 추가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 또는 LH가 행사하는 우선매수권으로 당장 퇴거당하는 일은 막을 수 있지만, 피해 보증금 회복엔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역세권 신축 등 어느 정도 자산가치가 있는 주택은 피해자가 추가로 경락 대출을 받아 낙찰받겠지만, 일부에 국한될 것"이라며 "해당 주택에 자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추가 대출은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도 "전세자금에 더해 경락자금까지 대출이 '1+1'로 늘어나는 후순위 임차인에게는 우선매수권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면서 "선순위 임차인의 경우 집주인의 체납으로 인한 조세채권을 안분 배당해 경매 절차에 들어가면 우선매수권을 쓰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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