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간호법 강행 처리…의료계 내부 갈등 증폭에 의료대란 ‘빨간불’
간호조무사협 등 단식 투쟁
尹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입법 무산되면 간호단체 반발 예상
복지부 “국민 건강 안전에 문제 우려”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 법률로 분리해 간호사의 면허·자격·업무 범위·처우 개선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들은 양곡관리법에 이어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곧바로 회부돼 표결에 이르렀다.
이 법을 반대한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가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간호사 단체가 다시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보건 의료 직역 간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간호법 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81명 중 찬성 179명으로 가결됐다. 반대는 0명, 기권은 2명이다. 국민의힘이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통과된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 법률로 분리한 법으로 현행 의료법 체계를 전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나아가 간호에 대한 기본법으로 마련됐지만, 간호사를 제외한 의사·간호조무사 등 나머지 의료 직역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날 반대토론에 나선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간호사의 처우는 당연히 개선돼야 하지만, 간호법은 간호사보다 열악한 간호조무사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총파업과 단식 투쟁을 예고했다. 박명하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13개 단체 총파업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고,오순임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부회장과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회장은 “간호법 폐기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8월 의사단체의 집단 휴진(폐업)을 한 적은 있지만, 의료인 단체가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3년 전에는 의협 소속 의사들과 전국 인턴·레지던트(전공의) 단체는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해 하루짜리 폐업에 나섰다. 의원급 병원 25%(8300여 곳)이 휴진 신고를 했다. 연가를 사용한 전공의는 전체의 약 69.1%였다.
다만 파업에 돌입하려면 각 단체 내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시작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통령이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국회앞 1인 시위를 한 대한임상병리사협회 하성일 재무이사도 “간호법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통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법 중재를 위해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인 정부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계가 이분돼 갈등하는 상황에서 야당 주도로 간호법안이 의결돼 매우 안타깝다”라며 “의료 현장 혼란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조 복지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동행 계획도 취소하면서 간호계 인사들을 만났다. 간호법 표결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현행 의료법 틀 안에서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간호사의 방문 간호 업무의 범위를 확대해 돌봄 업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면허가 취소되는 의료법 개정안도 재석 의원 177명 중 찬성 154명, 반대 1명, 기권 22명으로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 법안은 범죄행위를 저지른 의사를 퇴출(단,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제외)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민주당에서도 다수의 기권 표가 나왔다.
앞서 정부·여당은 의료인 자격 박탈과 관련해 ‘모든 범죄’를 ‘의료 관련 범죄, 성범죄, 강력 범죄’로 구체화하고, 의사면허 박탈 시 면허 재교부 금지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냈으나 야당이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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