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몬태나주 의회 "트랜스젠더 의원 아웃"... 막말이냐, 핍박이냐

조아름 2023. 4. 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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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몬태나주 의회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민주당 트랜스젠더 의원의 의회 출입을 막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최근 미 테네시주 의회가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한 민주당의 흑인 하원의원 2명을 제외한 것과 맞물려, "공화당이 '소수자·다양성 지우기'라는 횡포를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몬태나주 의회 내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몬태나 프리덤 코커스'는 재퍼 의원의 발언을 두고 "증오에 찬 혐오스러운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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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공화당, 주이 재퍼 의원에 출입금지 징계
청소년 트랜스젠더 치료 금지 법안 두고 충돌
"손에 피 보길" 발언에 공화 "증오에 찬 표현"
테네시주는 흑인 의원 제명까지... 차별 논란
미국 몬태나주 의회 사상 첫 트랜스젠더 의원인 주이 재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몬태나주 의회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민주당 트랜스젠더 의원의 의회 출입을 막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관련 법안을 둘러싸고 공화당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최근 미 테네시주 의회가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한 민주당의 흑인 하원의원 2명을 제외한 것과 맞물려, "공화당이 '소수자·다양성 지우기'라는 횡포를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몬태나주 하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주이 재퍼(34) 의원에 대해 '의회 출입금지'를 골자로 한 징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8명 대 반대 32명'으로 통과시켰다. 재퍼 의원은 남은 회기가 끝나는 내달 5일까지 각종 연설과 법안 심의 등 의사당 안에서는 일절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다. 투표는 가능하나, 원격으로 해야 한다. AP통신은 "몬태나주 의회 의원이 출입금지 징계를 받은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선출된 재퍼 의원은 몬태나주 의회 사상 첫 트랜스젠더 의원이다.

공화당은 재퍼 의원의 '막말'을 문제 삼았다. 지난 18일 재퍼 의원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호르몬 치료 등을 금지하는 공화당의 일명 '청소년 건강 보호 법안'에 반대하는 취지로 원내 연설을 했다. 당시 그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높은 자살률 등을 언급한 뒤, "향후 (공화당 의원들이) 손에 묻은 피를 보기를 바란다"며 "성전환 관련 치료를 막는 건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겐 고문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통과됐고, 현재 주지사 서명만 남겨 놓은 상태다.

공화당은 발끈했다. 당시 맷 레지어 주 하원의장은 해당 발언을 사과할 때까지 재퍼 의원의 의회 연설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비난 수위도 높아졌다. 몬태나주 의회 내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몬태나 프리덤 코커스'는 재퍼 의원의 발언을 두고 "증오에 찬 혐오스러운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재퍼 의원의 침묵을 강요하는 공화당에 반발하는 시위대에 대해선 "재퍼 의원이 반란을 부추겼다"고 깎아내렸다. 특히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그에 대해 남성 대명사(His)로 지칭하는 등 혐오와 조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에선 이번 사태를 최근 테네시주 의회의 '민주당 흑인 하원의원 2명 제명' 사례와도 연관 짓는 분위기다. 이달 초 테네시주 하원에선 민주당 소속 저스틴 존스·저스틴 피어슨 의원의 제명안이 가결됐다. 당시 이들과 함께 총기 규제 강화 요구 시위에 참여했던 '백인' 글로리아 존슨 의원에 대해선 제명안이 부결돼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NYT는 "소수파인 민주당 의원들이 생사의 문제로 삼는 정책에 대해 다수당인 공화당이 제한을 가하는 최근 사례들"이라고 평가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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