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DJ·PD되고 사옥까지 세운 서대문FM 개국
인터넷 기반 마을미디어 시작 10년 만에 공동체라디오 개국
공동체라디오 최초 주민 자산화 프로젝트 성공, 주민과 사옥 건립
"인기있는 방송 아니라 필요한 방송 만들겠다"...방통위원장 축사도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서대문FM은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언론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재난방송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 언론으로 주민들을 위해 발언해주길 바란다.”(서대문구 주민 이영희)
“지하 방에서 방송했을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방송국을 보니 벅차고, 감격스럽고 고맙다.”(서대문구 주민 임향순,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이사)
서대문지역 공동체라디오 서대문FM이 4월27일 개국했다. 마을미디어 가재울라듸오를 시작한 지 10년 만의 성과다. 서대문FM은 주민 400여 명이 모여 주민 자산화를 이뤄냈다. 주민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서대문구에 번듯한 사옥도 마련했다. 서대문FM은 '인기 있는 방송'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필요한 방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대문FM 개국식은 서대문구 가좌동 마을극장에서 열렸다. 서대문구 주민 수십 명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서대문구의회 의원들이 참석해 축하를 전했다. 한 위원장은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사회에서의 소통과 연대, 공동체 발전에 적합하다. 재난이 발생할 때의 역할도 중요하다. 서대문FM이 공동체라디오의 장점을 살려 더 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배우 정우성·이정재 씨도 축하 영상을 보냈다. 서대문구청장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축사만 보냈다.
서대문FM은 2013년 마을미디어 '가재울라듸오'로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을 하던 가재울라듸오가 전파를 얻기까지 10년이 걸렸다. 2021년 7월 공동체라디오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것. 서대문FM은 공동체라디오 최초로 '주민 자산화'를 이뤄냈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공동체라디오를 개국하기 위해선 방송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서대문FM은 임대 대신 직접 사옥을 짓기로 했다. 주민들과 함께. 서대문FM은 주민 후원·대출 약정으로 사옥 건설자금을 마련했다. 총예산 18억 원 중 주민 모금을 통해 모인 돈은 5억 원에 달한다. 금리 인상·건설자재 가격 인상 등 악재가 있었지만 끝내 사옥 건설을 이뤄냈다. 서대문구 남가좌2동에 위치한 사옥은 4층 규모이며, 1층은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황호완 PD는 “방송국의 철학은 인기 있는 방송보다는 필요한 방송이 되자는 것”이라며 “서대문구 소식을 가장 잘 알려주고, 많이 이야기해주는 플랫폼이 되겠다. 서대문구 소식은 KBS·MBC·SBS보다 더 많이, 전문적으로 전하겠다”고 밝혔다. 황 PD는 서대문FM의 장기적 계획으로 '재난방송'을 꼽았다. 황 PD는 “서대문구청은 우리에게 '홍보 잘하고 있으니 재난방송은 필요없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주민들은 재난 상황이 불거졌을 때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서대문FM의 첫 책무”라고 했다.
지역경제·사회적경제 논의 활성화도 서대문FM의 목표다. 서대문FM 사옥은 최근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됐다. 재개발 상황에 따라 힘들게 지은 사옥에서 나가야할 수도 있다. 황호완 PD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뿐 아니라 찬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모두 전하겠다. 재개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장수정 대표는 서대문FM 이사들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장 대표는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사옥을 만든 공동체라디오는 유일무이하다”며 “서대문FM과 주민들의 의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의 공적 역할을 믿어준 것이고, 네트워크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서대문FM 방송은 서대문구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간다. 서대문구 주민들이 DJ와 PD 역할을 맡는다. 이창민 PD는 “녹음했는데 마이크를 안 켜서 1시간 동안 그냥 이야기만 한 적도 있고, 소리를 너무 크게 해서 깨지기도 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주민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고,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에서 문화기획 회사를 운영 중인 루이즈 킴 씨는 미디어오늘에 “1인 미디어 세상에서 라디오라는 매체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물을 수 있지만, 1인 미디어만 있다면 공동체가 소외될 수도 있다”며 “서대문FM이 주민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서대문구를 넘어 서울 전체에서 우뚝 설 수 있는 공동체라디오가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서대문FM은 서울 서대문지역에서 FM 91.3을 틀면 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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