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블랙홀 부착원반·제트 첫 동시 포착

이진경 2023. 4. 2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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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등 17개국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M87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에서 물질이 빨려 들어가며 형성된 고리 모양의 부착원반과 강력한 분출 제트를 최초로 동시에 포착했다.

EHT 연구팀이 이용한 1.3㎜대보다 더 긴 3.5㎜ 파장대에서 관측한 결과, 광자 고리 이외에 바깥쪽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함께 포착되면서 기존보다 약 50% 크게 고리 구조가 관찰됐고, 강력한 제트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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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국 연구팀 네이처지 발표
M87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서
물질 빨려들어가며 ‘원반형태’
강력 제트 뿜는 모습 등 확인
“예상해왔던 존재 증명한 계기
블랙홀 물질흡수 연구 실마리”
한·미·일 등 17개국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M87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에서 물질이 빨려 들어가며 형성된 고리 모양의 부착원반과 강력한 분출 제트를 최초로 동시에 포착했다. 미지의 영역인 블랙홀의 구체적 구조를 밝히는데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평가다.
M87 블랙홀의 부착원반 구조(좌측 확대 이미지)와 블랙홀로부터 분출되는 제트 현상을 보여준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27일 한국천문연구원과 경북대 등에 따르면 국제연구팀은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 16개를 연결한 관측망으로 지구에서 5400만광년 떨어진 M87 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찰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하는데, 이 물질들은 블랙홀 중심부에 부착원반 구조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근처 기체가 끌려들어 가면서 회전이 빨라지면서 원반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 중심부로 부착되던 기체들이 방향을 바꾸어 수직으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뿜어져 나가면서 제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동안 블랙홀 부착원반 존재에 대한 간접 증거들은 있었으나 실제 이미지로 확인된 적은 없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빛이 두꺼운 타원 고리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 그 오른쪽으로 세 갈래의 보라색 빛이 이어져 있다. 연구진은 블랙홀에 물질이 빨려드는 부착 흐름 영역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사건의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이 사상 처음으로 관측한 M87 블랙홀 고리 사진이 공개된 적 있는데, 이번 사진에선 고리가 더 크다. EHT 연구팀이 이용한 1.3㎜대보다 더 긴 3.5㎜ 파장대에서 관측한 결과, 광자 고리 이외에 바깥쪽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함께 포착되면서 기존보다 약 50% 크게 고리 구조가 관찰됐고, 강력한 제트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도 드러났다.

이번 관측은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제트는 블랙홀의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할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제트를 만들어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들의 진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에 관측된 M87 블랙홀(왼쪽)과 2019년 관측된 블랙홀 사진. 부착원반이 관측되면서 광자 고리가 더 크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이번 관측에는 국제 밀리미터 초장기선 간섭계(GMVA)와 칠레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그린란드 망원경(GLT)을 이용했으며, 전 세계 121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천문연 박종호 선임연구원과 변도영 책임연구원, 정태현 책임연구원, 경북대 김재영 교수가 초장기선 간섭계 데이터 오차 제거와 데이터 이미지 변환에 기여했다.

천문연을 포함한 공동연구진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GMVA 등을 활용해 M87 블랙홀을 한 달간 네 차례 집중적으로 추가 관측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M87에서 관측되는 강한 제트의 형성 원인과 블랙홀 주변의 플라스마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 연구할 예정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블랙홀 부착원반의 존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블랙홀 연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되는 결과”라며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고,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하는지 파악할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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