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통과에 ‘만세’ 외친 간협···의사·간호조무사는 파업 예고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하자 간호계는 즉시 환영했다. 의사·간호조무사단체 등 간호법에 반대해온 보건의료직역 단체들은 ‘총파업’ 가능성을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당 주도로 의결돼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하자 본회의를 방청하던 대한간호협회(간협) 회원들은 ‘만세’를 하며 크게 환호했다. 일부 회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간협 측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간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걸고 “간호법 제정 파이팅”을 제창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대통령님 간호법 공포해주세요!”라고 외쳤다.
대한의사협회(의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직역단체들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간호법 제정안 본회의 통과 이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규탄문을 낭독한 후 곧바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이들 단체는 “총파업이라는 마지막 수단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파업 혹은 집단휴진 등에 돌입하려면 각 단체 내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당장 집단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계는 1951년 제정된 의료법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간호 업무를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다며 간호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간호법은 간호사·전문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지자체 지원과 간호사의 권리와 책무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이 방향성만 담아 현장에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 제정안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 돼있는데, 의협 등은 이 문구가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 개원을 할 수 있는 근거라고 주장한다. 또 간호조무사나 방사선사 등은 간호사들의 권한만 강화돼 타직역의 업무까지 침범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정부·여당은 간호법에 ‘지역사회’ 문구를 놔두는 대신 ‘간호사 단독 개원 금지’ 내용을 명시하고, 법안 명칭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바꾸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간협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간호법과 함께 의료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선고유예 포함)을 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의사가 성범죄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면허가 유지돼 곧바로 의료현장에 복귀하는 사건 등을 두고 논란이 돼왔다. 의협은 개정안으로 인해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발한다. ‘자격 결격사유를 규정할 때는 필요한 항목만으로 최소한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명시한 행정기본법과 맞지 않고 과잉입법의 우려도 있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정부와 여당의 간호법안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갈등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채 야당 주도로 간호법안이 의결돼 매우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현했다. 이어 “보건의료 직역 간의 갈등과 반발에 따른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며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장관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박민수 제2차관을 반장으로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24시간 의료현장을 점검해 의료 이용에 진료 등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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