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에 숨겨진 '포인트'들…'억제' 강화? '한미일' 가속화?[정다운의 뉴스톡]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3. 4. 2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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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앵커]
한미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 세부 내용을 보면 '핵기획그룹', '전략핵잠수함'. 일반 시청자 분들께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와 단어들이 많은데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서 미국은 어느 정도의 수위로 우리를 지켜 준다는 건지, 그 대가로 또 한국이 내놓은 것은 무엇인지.

외교부와 국방부 담당하는 김형준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번 워싱턴 선언의 핵심 내용이 뭐예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기자]
그전에 우리 정부가 발표한 내용과 달라진 건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핵기획그룹 NCG의 출범과 함께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입니다. 잠수함 얘기는 조금 이따가 하고, NCG에 대해서 설명드리자면요.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는 한미연합사령부가 미리 짜놓은 작계 5015라고 불리는 한미연합 작전계획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건 미군하고 우리가 같이 짰고요, 당연히 서로 상의해서 만든 겁니다.

그런데 핵무기 사용은 그렇지가 않아요. 물론 미국이 자체적으로 계획을 가지고는 있는데, 이 계획을 짤 때는 기본적으로 미국 혼자서 하고요, 핵무기를 쓸 거냐 말 거냐 하는 결정도 오직 딱 한 명만 내릴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예요. 영어로는 sole authority라고 해요. 직역하면 혼자만의 권한.

[앵커]
그럼 한미연합 작전계획에는 핵무기 관련 내용은 아예 없어요?

[기자]
네, 전혀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계속 발전하는데 핵이 아닌 재래식 전력으로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가 제기되거든요.

그래서 미국이 제시하는 개념이 확장억제라는 건데, 핵을 포함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지키겠다는 공약은 철통같다, 뭐 이런 얘기 뉴스에서 많이 보셨을 거예요. 실제 상황에선 북한이 핵을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으니까 거기에 맞게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서, 억제를 하겠단 얘기예요.

[앵커]
미국이 가진 핵 억제력을 동맹국이나 우방국한테까지 확장해서 적용하겠다, 이걸 이른바 핵우산이라고도 하잖아요? 그런 체제가 유지돼 왔는데, 최근 들어서 북한이 핵을 써도 미국이 핵 안 쏴주면 어떡하냐, 핵우산 찢어지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가 나온 거였거든요?

[기자]
네, 전문용어로는 억제의 신뢰성 credibility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거든요. 쉽게 말해서 미국이 우리를 핵으로 지켜줄 거라는 약속을 못 믿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고개를 많이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핵을 갖는 걸 싫어하면 싫어했지 좋아했던 적이 거의 없고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안해하죠.

NCG는 이런 상황에서 나오게 된 방책인데요.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미국 말고는 아무도 손을 못 대는 핵무기 사용 계획에 대해 다루는 기구입니다.

핵 운용에 특화된 정보공유와 협의, 공동기획 등을 위한 것이며 수준은 차관보급이고요, 일단은요. 상설 운용되며 1년에 4번 열립니다.

2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킹스베이 해군기지에서 SSBN 웨스트 버지니아함을 방문한 한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 대표단. 국방부 제공


국방부 관계자는 오늘 오전 기자들과 만나서 확장억제 전력 중에 아주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직접 운용했는데 공동기획을 하게 되면 결국 계획이 나오는 거고, 그렇기에 우리가 참여하는 폭이 넓어진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허태근 정책실장입니다.
"북핵 대응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의 관여를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에서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를 위해 나갈 것입니다."

[앵커]
들어보니까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핵공유하고 비슷한 점이 있어 보이는데요. 어떤 게 비슷하고 어떤 건 다르고 그런가요?

[기자]
나토에는 NPG, 즉 핵계획그룹이라는 게 있습니다. 여기 들어와 있는 약 30개 나라 장관들이 서로 상의해서 동맹 간 핵 운영 계획, 의사 결정, 핵무기 운반 과정에 협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은 건데요.

근데 제가 취재를 좀 해 보니까 사실 나토에서도 기본적인 핵 기획은 핵보유국들끼리 한대요. 나토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그러니까 5대 핵보유국이 3개 있거든요. 미국, 영국, 프랑스. 그 중에 두 나라인 미국과 영국이 주축입니다. 핵 없는 다른 나라는 얼씬도 하지 말라, 뭐 이런 식이라네요.

게다가 NPG에 참여하는 나라만 이미 30개쯤 되니까 밀도 있는 협의가 가능하겠느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몇몇 전문가들이 실제로 나토의 NPG가 핵보유국, 그러니까 미국과 영국의 결정을 사후 승인하는 식의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에 우리가 채택하게 된 NCG는 나토의 핵공유보다는 더 진전됐다, 아니면 뭐 진전까진 아니더라도 북한에 대해서 충분한 억제력을 제공한다, 이렇게 볼 수 있나요?

[기자]
이게 군사안보 전문가들도 얘기가 갈려요.

어차피 미국이 핵 사용 권한을 우리랑 공유할 일은 없다, 그렇다면 기획에 참여해서 핵 사용 계획에 우리가 어느 정도 참여함으로써 핵우산 공약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잘 해봐야 한다, 뭐 이런 평가도 나오고요.

그런데 정반대로 우리가 미국을 이용하기보다는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 이런 말이 선언에 들어갔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미국이 핵전력을 운용할 때 우리를 이용할 거다, 이런 말도 나와요.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입니다.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의 약속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서, 미국이 원할 때 언제든지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북핵을 핑계로 미국의 대중국 통합 억제력의 구축이면서 우리의 MD 편입은 물론이고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와, 나아가서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까지 연계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미가 핵전력 관련 논의의 밀도가 깊어지면 현재 속도를 내고 있는 한미일 군사협력 있잖아요? 이것과 얽혀서 일본까지도 참여하는 핵 관련 협의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말도 나오는데요.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3월 8일에 이런 내용을 보도했었는데 미국이 핵전력에 대한 정보공유를 강화하는 새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창설을 타진하고 있다면서, 핵억제 관련 논의를 심화하며 미국의 핵전력에 관한 정보 공유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라는 겁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찜찜한 일이 아닐 수가 없죠.

2017년 10월 부산 해군작전기지로 들어오는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SSGN 미시건함.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앵커]
그러면 두 번째는요, 전략핵잠수함 SSBN이라는 건 뭐길래 이게 한국에 온다고 명시가 된 거고, 이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기자]
우리가 북한 관련 뉴스에서 많이 봤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즉 SLBM을 실은 잠수함을 말합니다. SLBM은 보통 핵무기를 싣고 운용합니다. 예외가 없지는 않은데 아주 적습니다. 그래야 몰래 숨어서 바다 밑에 다니다가 우리 쪽이 핵공격을 받아도 바로 보복을 할 수가 있거든요. 이걸 2차 보복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에는 오하이오급 원자력 잠수함이라고 해서 이런 무시무시한 핵무기를 수십발씩 싣고 다니는 게 있는데,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 이후로 한국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고 해요. 핵무기 다 빼고 순항미사일로 바꾼 원자력 잠수함, SSGN은 부산 같은 곳에 여러 번 온 적이 있긴 합니다.

해군 손원일함의 초대 함장을 지냈던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입니다.
"핵무기를 한반도 영토 내에 배치하지 않으면서도 핵우산을 현시할 수 있는 미국의 전력은 SSBN이 유일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SSBN의 한국 방문은 미국의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분명히 하는 상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말해서 여태까지는 잠수함이건, 핵 폭격기건 한반도에 올 때는 싹 다 핵무기를 빼고 왔는데 핵무기를 가지고 들어오고, 또 잠수함이 바닷속에 숨었다 바다 위에 나왔다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긴장이 너무 고조되지 않게 적절하게 억제력을 조절할 수 있다, 뭐 이런 얘긴데요.

2016년 8월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SSBN 메릴랜드함에서 발사되는 트라이던트 2 D5 SLBM.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다만 실제 군사적인 능력에 대해서 의문이 좀 제기되는데 여기 탑재돼 있는 트라이던트 2 D5 핵미사일, 사거리가 1만 2천킬로미터를 넘어갑니다. 그러니까 미국 본토 앞바다에서 쏴도 평양까지 충분히 갈 수 있어요. 태평양에서 쏘든 미국 서부 앞바다에서 쏘든 어차피 똑같고 몇 분 걸리냐 차이 정도입니다. 오히려 너무 짧은 거리로 떨어져 있어서 더 쏘기 힘들 수도 있고요.

[앵커]
그럼 북한보다는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가 긴장할 수도 있겠는데요.

[기자]
그렇게 볼 수도 있고요. 신냉전 시대라곤 하지만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군사협력을 하고 군사행동을 벌이는 데 명분과 정당성을 제공하게 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리고 아무리 잠수함에 실렸다고 하지만 핵무기가 부산 같은 곳에 들어올 수 있는 만큼 아주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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