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끌어다…국민연금 '수백억 新청사'

김우섭 2023. 4. 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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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연금 보험료로 전북 전주 신도시에 수백억원을 들여 새 청사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혈세 낭비'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전주 덕진구 에코시티에 사회보험 공동청사를 지어 시범 운영하는 내용의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통합 청사 연구 용역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자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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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전북 4대보험 통합청사 건립 연구용역 발주
멀쩡한 본사 옆에 두고 또 청사
비용은 정부 예산투입 반대로
연금 보험료 관리운영비로 충당
선거때마다 公기관 입주 공약에
국민연금을 '쌈짓돈'으로 여겨

국민연금공단이 연금 보험료로 전북 전주 신도시에 수백억원을 들여 새 청사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혈세 낭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국가 예산으로 새 청사를 세우는 것에 제동을 걸자 국민의 노후 자금을 끌어다 쓰기로 한 것이다.

 ○통합 청사에 수백억원 투입 검토

27일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전주 덕진구 에코시티에 사회보험 공동청사를 지어 시범 운영하는 내용의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전주·전북지사가 한곳에 입주하는 통합 청사를 세우는 게 골자다. 예산은 200억~3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 용역비 2억원 역시 국민연금공단이 부담한다. 6개월 정도 걸리는 연구 용역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 국민연금공단은 곧바로 청사 건립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동 청사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경우 전국 주요 도시에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새 청사 건립 계획은 이미 정부가 “중복 투자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사안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에코시티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15년 신축해 이전한 새 건물이다. 본사와 본사 옆 제2사옥인 글로벌기금관을 합치면 대지면적만 약 5만5000㎡에 달한다. 전국 금융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넓다. 국민연금공단 한 관계자는 “기존 사옥의 일부 부지가 놀고 있다”며 “이를 활용하지 않고 굳이 에코시티에 새 건물을 짓는 건 명백한 중복투자”라고 꼬집었다.

국민연금공단은 완산구 서신동에 있는 전주지사를 비롯해 전국에 91개 지사를 두고 있다. 새로 짓는 통합 청사 입주 대상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고용노동부 등으로 이미 전주 도심에서 7개 건물을 쓰고 있다.

 ○총선용 쌈짓돈 전락한 노후 자금

일각에선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이 총선용 ‘쌈짓돈’으로 쓰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청사가 들어서는 에코시티는 전주 북부권 균형 개발 차원에서 조성된 신도시로 2018년 1월 입주를 시작했다. 에코시티엔 토지이용계획상 공공청사와 공공기관 부지 총 1만9327㎡가 있지만 입주를 희망하는 공공기관이 없어 방치되고 있다.

입주민의 불만이 커지자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은 에코시티 공공기관 입주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 통합 청사 연구 용역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자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했다.

재원 마련 방안 역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새 청사 건축에 드는 비용은 국민연금 보험료의 관리 운영비로 충당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인건비 및 건물 신축과 같은 비용을 국민이 내는 연금 보험료에서 떼어 쓰고 있다. 2017년 이후 2022년까지 국민연금공단의 관리 운영비 총액은 3조2904억원에 달한다. 처음부터 정부는 공동청사를 국가 예산으로 짓는 방안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금 전문가는 “유동 인구가 많고 상권이 발달한 수도권 지역에선 임대료 수익이라도 기대하고 지을 수 있겠지만 전주 지역에선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사 신축 추진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운영비로 건물을 지은 뒤 국민연금공단의 자산으로 편입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연구 용역 단계여서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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