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적 구금의 역사와 이민청

한겨레 2023. 4.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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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겨레> 자료사진

[세상읽기] 황필규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이주민을 부실한 절차로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상한 없는 구금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기관의 통제나 당사자 의견 제출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구금은 적법 절차에 위반된다며 2025년 5월까지 관련 조문을 개정하도록 했다.

이 조항이 도입된 1967년 이래 반세기가 넘도록 적어도 수천명이 형기를 알 수 없는 징역형과도 같은 상한 없는 구금의 피해를 봤고, 적어도 수십만명이 비민주적인 구금 절차의 피해자가 됐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법무부의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 조처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하나.

2004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들과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처음 방문했다. 보호소의 비인간적인 처우를 얘기하면서도 죄인처럼 주눅 들어 있던 면담자들을 잊을 수 없다. 2005년 국가인권위의 이주민 구금시설 실태조사 때도 장소가 비좁아 구금시설 안 화장실에서 먹고 자야 했던 이들을 목격했다.

이미 이때 무기한 구금과 비민주적 절차를 비롯해 외국인 구금과 관련한 거의 모든 실체적, 법적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하지만 법무부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뒤 국가인권위, 대한변협 등에서 거의 매년 비슷한 연구조사가 이뤄졌고 심각한 인권 상황이 계속 보고됐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2005년 법적 근거 없는 위법한 독방 구금으로 인한 국가배상 판결을 전후해, 법무부령과 훈령에 있던 독방 구금 규정을 사실상 그대로 긁어다 법률에 옮겨놓기는 했다. 하위 법령이나 훈령에 의한 인권침해를 법률에 의한 인권침해로 바꿔놓은 셈이다. 모든 행정 구금, 심지어는 정신병원 등에서 하는 사적 구금도 법원에 그 적법성을 심사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지만, 이주민 구금시설은 유일하게 예외라는 규정(인신보호법)도 여전히 건재하다.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해 구금돼 있던 이주민 10명이 숨졌다. 보호소 직원들은 이주민들이 도망갈까 봐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2012년엔 경찰 요청으로 이주민 조사 때 통역을 해준 고등학생 이주아동이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구금되고 강제퇴거됐다. 이 아이가 한국에 다시 돌아와 학업을 계속하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1년 반에 가까운 노력이 필요했다. 2016년 갑자기 시리아 난민들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히더니, 시리아 출신 난민신청자 수십명이 법적 근거도 없이 인천공항에 수개월간 억류됐다. ‘난민법’에는 공항에서 난민신청한 경우 난민심사에 회부할지 먼저 결정하는 절차가 규정돼 있는데, 공항 안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열악한데다 결정이 늦어지거나 회부되지 않았을 때 이를 다투는 소송 때문에 구금이 무기한 장기화하는 등, 공항에서 다양한 인권침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2021년에는 법무부도 심각한 인권침해임을 인정해야만 했던,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고문에 준하는 계구 사용과 독방 구금 사건이 있었다. 최근에는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사람에게 조건부로 입국허가를 해주며, 인천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라는 시설에 구금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 일도 있었다. 공항에서 구금되는 상태에서 풀려나 이루어지는 입국허가의 조건이 다른 구금시설로 이전이라는 게 말이 될까. 법률상 ‘주거의 제한’ 등이 구금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는데! 이런 구금은 행정편의적 발상을 넘어 엽기적 행태다. 이렇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한 다양한 형태와 양상의 반헌법적 구금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이 우선’이니 시행 중인 난민법을 폐지하라는 거대한 외국인 혐오주의와 인종주의적인 흐름에,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는 별다를 바 없는 구호로 답했던 전 정부. 외국인은 활용하되 그로 인한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이민정책이고,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 이민청을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발상도 크게 다를 바 없고 더 위험할 수 있다. 야만스럽고 잔혹한 출입국 행정은 방치하거나 외면한 채, ‘세계를 이끌게 될’ 나라를 향한 이민청 논의는 과연 정당한가. 가능하기는 한가.

부당하게 갇힌 이들이 여전히 우리 주위에 많다. 이들과 함께 가야 할, 그 막힌 길을 뚫고 벽을 허무는 그런 법치와 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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