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오투약 사망 은폐 제주대병원 간호사들 최대 징역 5년 구형

수간호사 징역 4년, 담당·수행 간호사 징역 5년 구형
사실관계 인정하면서도 범행·사망 인과관계는 부인

제주대학교병원 의료진이 지난해 4월28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약물 과다투약 사고와 관련 사과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2.4.28/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영아 오투약 사망사고를 낸 데 이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들에게 최대 징역 5년이 구형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27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제주대병원 수간호사 50대 A씨에게 징역 4년, 담당 간호사 30대 B씨에게 징역 5년, 수행 간호사 30대 C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쳥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수행 간호사 C씨는 지난해 3월11일 제주대병원 코로나 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강모 양(1)에게 기관지 확장이나 심장박동수 증가에 사용되는 에피네프린(Epinephrine) 5㎎을 정맥주사로 투약했다.

에피네프린 5㎎을 네뷸라이저(Nebulizer·연무식 흡입기)로 투약하라는 담당 의사의 지시와 달리 직접 주사 시 기준치(소아 적정량 0.1㎎)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한꺼번에 투약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 양의 상태가 악화되자 응급처치에 나선 수간호사 A씨는 이 같은 투약 오류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상부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강 양은 당일 오후 7시32분쯤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하루도 채 안 된 다음날 오후 5시48분쯤 끝내 숨졌다.

설상가상 담당 간호사 B씨는 강 양이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인 당일 오후 9시59분쯤 의료기록지에서 담당 의사의 처방내용을 삭제한 데 이어 강 양이 사망한 뒤인 12일 오후 9시13분쯤에는 간호사 처치내용까지 삭제하기도 했다.

의료진이 오투약 사고로 강 양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 날은 강 양 사망 후 나흘이나 지난 16일이었다. 이미 강 양의 장례까지 다 끝난 때였다. 강 양의 부모는 이틀 뒤인 18일에야 병원으로부터 의료사고 사실을 전달받았고, 그 해 4월23일 의료진을 고소했다.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은 각각 최후 변론에서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의 행위와 강 양 사망 간 인과관계를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를 부인했다.

수간호사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제 잘못으로 인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 부모님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며 "지금 죄수복을 입은 제 모습을 평생 잊지 않고 참회하면서 살겠다. 앞으로는 원리원칙대로 살아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담당 간호사 B씨와 수행 간호사 C씨 역시 "유족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판결은 다음달 중 선고될 예정이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