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 “아이들 우정의 고결함 보여주고 싶었다"
전주국제영화제 ‘토리와 로키타’ 개막작 들고 첫 내한
세상 나쁜 어른들 속에 끈끈한 둘의 우정 담담히 그려
62차례 재촬영한 장면도… 다음달 10일 극장서 개봉
칸 영화제 두 차례 황금종려상을 받은 벨기에 출신의 거장 감독인 다르덴 형제가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토리와 로키타’를 들고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뤽 다르덴 감독은 “두 아이가 (나쁜) 어른 앞에 섰을 때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지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의 우정이 어떤 더러움보다 고결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이 토리와 로키타의 친구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면서 “외국인으로 사는 건 쉽지 않고 외국인을 겁내는 사람도 많다. (우리) 친구인 두 외국인을 보여주는 게 영화의 목적이다. 메인키워드는 빛, 둘 사이의 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르덴 형제는 사회적 약자의 허구 이야기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으로 풀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앞서 두 감독은 ‘로제타’, ‘더 차일드’로 두 차례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칸에서만 모두 일곱 차례 상을 받았다. 이번에 한국에서 처음 상영되는 토리와 로키타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특별상인 75주년 기념상을 받은 작품이다.
토리와 로키타는 그들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카메라는 제3자의 시선에서 그들의 행적을 묵묵히 따라가고, 비 배우 출신의 파블로 실스(토리 역)와 음번두 조엘리(로키타 역)는 풋풋하지만 어색하지는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처음엔 우려도 컸다. 모든 컷을 5주간 연습했다.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조엘리, 파블로와 합을 맞췄고 그런 우려는 금방 사라졌다. 연습하면서 어떤 장면을 어떻게 담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우리 형제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렇다고 거장의 영화가 그냥 만들어졌을 리 없다. 무려 예순한두 차례나 촬영이 반복된 장면도 있다.
형제가 함께 촬영하면 역할 분담이나 의견 충돌이 있을 법한데, 두 사람을 그런 일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뤽 다르덴 감독은 “저희는 다 같이한다. 어떤 영화든 같이 뼈대를 만들고 상의한다. 문제 될 게 없다. 왜냐하면 항상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다”라고 말했다.
요즘 영화가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고 메시지가 약해진다는 우려에 대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찍어온 거장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뤽 다르덴 감독은 “오락 영화는 요즘이 아니라 옛날에도 있었다. 찰리 채플린 영화도 일종의 오락 영화다. 요즘 영화의 질이 낮아졌다는 얘기도 있지만 저는 영화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블록버스터, 코미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 등 다양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오게 돼 기쁘다”면서 “한국에 굉장히 유명한 거장 영화감독들이 많고 한국을 영화로만 알고 있는데, 그에 대응하는 영화 비평을 잘해주시는 분들도 많다고 알고 있고, 정말이길 바란다”며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화는 이번 전주영화제를 시작으로 다음 달 10일 전국의 극장에서도 개봉한다.
이날 개막식과 개막작 상영을 시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는 다음 달 6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전주=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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