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스포츠 ‘야구’… 그 기록을 만든 것은 사람 [Weekend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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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이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이전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숫자로 나타낼 수 있게 되고, 기록이 넘쳐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는 '사람'이 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이 위대한 선수들의 기록과 영광의 순간만 기억한다면 한 편의 드라마나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또다른 선수들의 노고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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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
전훈칠/ 싱긋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이다. 수치로 나타나는 기록과의 연관성을 야구선수들은 피하기 어렵다. 선수들은 등번호, 타율 등 숫자로 이야기하거나 불리며 기억되기도 한다. 하지만 야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이전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숫자로 나타낼 수 있게 되고, 기록이 넘쳐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는 '사람'이 한다는 사실이다.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던 프로야구가 부활하면서 최근에는 야구팬들의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야구팬이라면 과거 어떤 경기, 어느 선수의 활약상에 매료되어 자신도 모르게 야구의 세계에 푹 빠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까지 야구의 화려한 한 면만 보아왔다. 그 이면에 선수들의 숨겨진 땀, 열정, 눈물이 있다는 사실을 잊곤 했다. 야구의 7할은 운이 아니라 선수들의 숱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 8월 24일의 환상적인 경기가 떠오른다. 몬트리올전에서 4회까지 위기 없이 순항하던 박찬호는 5회 거짓말처럼 흔들렸다. 2루타 볼넷에 내야안타가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원아웃 만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홈 팬들은 물론 태평양건너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팬들마저 긴장하던 그때 박찬호는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었다. 두 타자 연속 삼진을 낚아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이던 2002년에도 비슷한 장면을 찾아볼 수 있다. 휴스턴 에스트로스를 상대로 안타 3개를 연달아 얻어맞고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하더니 곧바로 삼진과 병살타를 유도해 단숨에 상황을 정리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4년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도, 1996년 데뷔 첫 승을 올린 경기에서도 그랬다. 이번에는 안 되겠다 싶을 만큼 어처구니가없이 볼넷을 내주다가도 곧바로 다음 타자에게 불같은 강속구로 연속 삼진을 잡고 포효하는 선수가 박찬호였다.
1996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승을 따낸 날 하일성 KBS 해설위원은 "오늘은 한국 야구의 날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코리안 또한 내 이름이었다"고 말한 박찬호는 실력과 품격에서 LA다저스의 다른 선수와 비슷해지는 동시에 한국 사람의 자랑스러운 모습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선수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양쪽 어깨에 짊어지고 버텼다는 것이다.
사실 박찬호의 미국 진출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 2년간 마이너리그에 머물면서 낯선 환경에 지친 적도 있었지만, 적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끝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그는 회상한다. 박찬호는 집착에 가까운 노력을 한 끝에 1997년부터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잡았고 그대로 화려한 시절을 이어갈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위대한 선수들의 기록과 영광의 순간만 기억한다면 한 편의 드라마나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또다른 선수들의 노고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메이저리그라는 거대한 줄기를 만드는 데 공헌하고 이름을 떨친 선수들 이외에도 수많은 조연과 소소한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한 세기 반 동안 메이저리그는 이어져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것이 야구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이들의 가슴 벅찬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야구가 인생 그 자체'라거나 '야구로 인생을 배운다'는 거창한 수식어보다는 누군가의 치열했던 진심이 촘촘히 전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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