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魚目混珠 <어목혼주>

이규화 2023. 4. 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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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어, 눈 목, 섞일 혼, 구슬 주.

어목혼주.

어목혼진(魚目混珍) 또는 어목사주(魚目似珠)라고도 한다.

어목혼주는 여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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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어, 눈 목, 섞일 혼, 구슬 주. 어목혼주. 물고기 눈과 진주가 섞여있다는 말인데, 가짜와 진짜가 뒤섞여 있는 상태나 그렇게 하려는 행위를 의미한다. 물고기 눈과 진주는 언뜻 보면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자세히 뜯어봐야 어떤 게 진주인지 알 수 있다. 어목혼진(魚目混珍) 또는 어목사주(魚目似珠)라고도 한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전한다.

북방민족인 선비족 등이 중국 북방을 다스리던 남북조시대 남조(南朝) 송(宋)·제(齊)·양(梁)나라의 3대에 걸쳐 벼슬을 한 임방(任昉)이라는 인물과 관련이 있다. 그는 중국문학사에서 경릉팔우(竟陵八友)의 한 사람으로 꼽힐 만큼 문필이 높았다. 그가 읽지 않은 책이 없다고 일컬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모은 책이 1만여 권에 달해 장서가로도 이름이 높았다. 임방은 조정에서 서적을 분류하고 교정하는 일을 담당했다. 글도 잘 지어 왕공대인들이 황제에게 상주문을 올릴 때 그에게 대필을 부탁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늘 주변에 자신의 벼슬에 대해 감사했다고 한다. 그의 글을 모은 '문선'(文選)에 자신이 물고기 눈알처럼 쓸모없는 사람인데도 조정에서 값진 보옥처럼 사용하였노라고 스스로를 겸손하게 표현한 문장이 나온다. 후대 당(唐)나라의 이선(李善)이 '문선'을 해석한 '문선주'(文選注)에서 이 구절에 대한 주석을 달면서 한시외전(韓詩外傳)의 '흰 뼈는 상아와 비슷하고 물고기 눈알은 진주와 흡사하다'(白骨類象, 魚目似珠)라는 구절과 비교했다. 어목혼주는 여기서 유래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진짜뉴스보다 전달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짜뉴스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이성적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짜임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옹호하고 재전파하는 인식의 혼란이 만발하고 있다. 이 현상을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막막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세상이 망가지지 않는 것은 진실을 좇는 사람이 아직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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