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법·간호법 국회 통과…같은당서도 '갑론을박' 눈길
'간호사 업무 규정'에 국힘 퇴장 속 與최연숙·김예지 '찬성표'
(서울=뉴스1) 김경민 강수련 노선웅 기자 =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벤처기업법)과 '간호법 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를 두고 여야 간이 아닌 각 당내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갈려 눈길을 끌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고 벤처기업법을 재석 261명 중 찬성 260명, 기권 1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벤처기업법은 벤처기업 창업주가 보유한 주식에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도입하는 '복수의결권' 도입이 골자다.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벤처·스타트업 창업주가 투자를 유치해 지분이 희석돼도, 경영권의 위협 없이 안정적 경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벤처업계의 숙원으로 꼽혔다.
국민의힘은 한 목소리로 벤처기업법 찬성을 촉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찬반이 엇갈렸다.
먼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주식회사 제도는 1주 1의결권 제도로, 60년전 만들어서 지금까지 지켜지는 큰 원칙"이라며 "유니콘 기업의 자금유치를 위해서 이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발의 당시 있었지만, 똑같이 만원을 투자했는데 창업주는 의결권을 10개 갖고 외부투자는 1개만 가지면 그게 투자유치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오 의원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일명 개미투자자들이 입장문을 발표하며 반대하고 있고,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많은 단체가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우리나라는 복수의결권을 가진 창업주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자본 거래를 했을 때, 다른 주주에 손실을 끼쳤을 때 교정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상법의 기본원칙은 1주 1지배권인데 특별법으로 벤처기업이라고 해서 (의결권을)더 준다하면 '반도체는 중요하기 때문에 해주자', '바이오도 해주자', 이런 예외 조항들이 곳곳에서 법체계에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찬성 토론에는 국민의힘 의원들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도 나섰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많은 의원님들이 제기했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국회의 역할은 우려가 있다고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우려가 구현되지 않게끔 법을 잘 만드는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비상장 기업에 한해 혁신적 기술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의 창업주를 위해서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을 하는 것이 국회의 당연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김경만 의원 역시 "복수의결권은 혁신성장을 꿈꾸는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인한 지분 희석의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안정적인 혁신 활동을 보장받고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며 "재벌 대기업 총수의 세습 수단 악용에 대해서도 우려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있었지만, 재벌 2, 3세가 세운 기업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어 벤처기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벤처기업에 한정한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으로 통과 된 간호법 제정안을 놓고는 국민의힘 내 의견이 엇갈렸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전문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처우 개선에 대한 국가의 책무 등을 규정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의료계를 갈라치고 국회에 대한 믿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이번 간호법 사태는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의료계 갈라치기 간호법은 결코 통과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간호인들은 13개 단체 보건의료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야당은 정부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독행기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같은 당 이종성 의원도 "국민의힘은 간호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 여러분들의 처우는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며 "저희가 문제를 삼고 있는 건 민주당의 폭력적인 방식이다. 이미 숫자로 밀어붙이고 오늘은 표결을 위한 자리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협회의 중요한 하나의 주체인 간호 업무의 중요한 하나의 주체인 간호조무사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며 "약자들을 위한다면서 간호사보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간호조무사들의 외침은 왜 무시하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드러내기 위해 표결에 불참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최연숙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 토론에 나섰다. 토론 과정에서 최 의원이 울먹이자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같은 당 김예지 의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
간호사 출신 최 의원은 "간호법은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하기 위한 법이자 숙련된 간호 인력 확보 등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담고 있는 법"라며 "그런데 간호법을 두고 일부 보건의료단체 등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의료기관을 개설해 의사의 의료 행위를 침해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 의료법 제33조에 따라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의해서만 개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간호법의 간호사 업무는 현 의료법과 동일하기 때문에 간호법 제정이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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