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천식 치료비 ‘한달에 330만원’...급여화 시급”
중증 천식 환자 사망률, 일반 천식 환자比 1.5배↑
값싼 스테로이드 알약 의존...합병증으로 고통
비용 효과 입증 필수적...학회 연구 돌입
“경증 천식과 중증 천식은 차원이 다릅니다. 고통의 정도가 전혀 다른 병이라고 보면 됩니다. 부작용이 큰 스테로이드 알약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약이 이미 있습니다. 정부가 보험 급여화를 통해 환자의 고통을 끝내줘야 합니다.”
박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대한내과학회 이사장)는 27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KAF)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세계 천식의 날’을 맞아 중증 천식 환자의 심각성과 국내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계 천식의 날은 매년 5월 첫 번째 화요일로 지정됐다.
천식은 기관지 염증과 근육 수축으로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숨이 차는 질환으로 전 세계 환자가 3억명에 달한다. 이 중 10%는 중증 환자로 재발이 잦고 심할 경우 호흡곤란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누적 사망률도 일반 천식 환자보다 1.5배 이상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천식환자는 6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의 90% 이상이 일반 천식 환자인데, 이분들은 흡입 스테로이드만으로 증상 조절 및 치료가 가능하지만, 중증 환자는 경구용 스테로이드제에 의존하고 있다”며 “천식 증상에 효과가 없는 데다, 백내장, 녹내장, 골다공증, 당뇨 등 부작으로 추가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증 천식 치료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오말리주맙(면역글로불린E 억제제), 메폴리주맙과 레슬리주맙(인터루킨-5 억제제), 벤라리주맙(인터루킨-5R 억제제), 두필루맙(인터루킨-4 억제제) 등 5가지 생물학 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환자 특성에 따라 치료효과가 달라 의사가 약제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들 치료제가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어 중증 천식 환자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매달 투약을 받아야 하는데, 한 번 투약하는 데 330만원이 든다.
권 교수는 “한달에 330만원씩 장기적으로 투약받아야 하는 만큼 이 약을 쓸 수 있는 환자는 실제로 거의 없다”며 “이미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있는 데도 그림의 떡인 셈”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민간보험이 활성화된 미국, 일본 조차도 부분 급여화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중증 천식 환자의 외래 방문 횟수가 일반 천식 환자보다 3배 이상 높고, 연간 입원 횟수도 2배 이상”이라며 “실제 드는 비용은 일반 천식 환자보다 9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중증 천식은 기도 염증 발병 기전에 따라 ‘호산구성 천식’과 ‘알레르기성 천식’ 등으로 나뉘는데, 호산구성 천식이 중증 천식의 대부분이다. 호산구는 주로 기생충 감염과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 중 하나로, 혈중 호산구 수치가 높을수록 천식이 악화될 위험도 크다.
현재 5가지 치료제 중 오말리주맙이 유일하게 보험 급여가 적용됐지만 혜택을 받는 환자 수는 현저히 적다. 면역글로불린E를 표적하는 오말리주맙은 중증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들에 쓰이기 때문이다. 중증 천식 환자들에게는 메폴리주맙, 레슬리주맙 등 인터루킨-5 항체 치료제가 쓰인다.
김 교수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증 천식 환자들은 스테로이드 알약에만 의존한 채 장기간 고통 속에 산다”며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조사한 결과 중증 천식 사망률은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KAF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보험 급여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급여화로 인해 환자들의 병이 얼마나 호전되는지 비용적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정재원 인제대 일산백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한달에 300만원 하는 고가 약이다 보니 우선 정부의 재정부담이 가장 클 것”이라며 “일반 천식 환자와 중증 환자를 동일한 환자군으로 보고 오말리주맙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KAF는 학회 발표 자료를 기반으로 중증 천식 치료제를 급여화했을 때 비용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학회에서 중증 난치성 환자를 장기적인 효과를 규명하는 학회 차원 연구와 생물학제 쓰면서 어떤 환자가 반응이 좋고 안 좋은지 찾는 바이오마커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중증 천식 치료제의 비용 효과를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민혜 이대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중증 천식 치료제의 비용 효과를 증명하려면 장기간 투여 시 효과를 관찰해야 하는데, 데이터 확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