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시총 일주일새 736조 날아가

"中 경제 회복세 예상보다 더뎌"
1분기 4.5% 성장률에도 매도세

중국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상하이와 선전, 뉴욕 증시 등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550억달러(약 735조9000억원)나 사라졌다. 중국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에 그친 것으로 알려진 18일 이후 벌어진 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이 기간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서 3조6000억위안(약 694조원), 나스닥거래소의 골든드래곤지수에서 310억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고 전했다. 골든드래곤지수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의 주가를 추적하는 지수다.

중국주식 매도세는 제로코로나 정책 폐지에 따른 재개방이 기대 만큼의 경기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비롯됐다. 중국의 성장 회복세가 미지근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수년에 걸친 제로코로나 정책의 부작용이 앞으로도 수개월에 걸쳐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매도를 불렀다.

중국이 발표한 1기 성장률 4.5%는 대부분 전망을 웃도는 수준이기는 했지만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크게 낮다. 애널리스트들은 역설적으로 기대를 웃돈 성장률이 주식 매도세의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의 고도성장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성장세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주가 상승 기폭제가 될 중국당국의 경기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투자자들은 그간 당국의 부양책을 갈구해왔다.

그러나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통화확대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민은행 자우란 통화정책국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통화정책을 '정확하고 강제력 있게' 지속하겠다"면서 "유동성 공급은 '합리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OCBC은행 범중화권 리서치책임자 토미 시에는 "인민은행이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시장 심리가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금리인하를 이미 주가에 반영한 상태였지만 이 같은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