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 국회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 어떤 내용 담겼나
의협 '간호사 개원 가능' 지적…복지부 "의료법 개정 없인 불가"
의료법 개정안도 통과…금고이상 모든 범죄에 의료면허 취소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진통 끝에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 별도로 만든 법이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정의와 적정 노동시간 확보, 처우 개선을 요구할 간호사의 권리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제정안은 간호사 단체와 의사·간호조무사 단체 등 의료계 직역 간 격한 찬반 갈등 속에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간호사 단체는 달라진 환경에서 간호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의사 단체 등은 간호사의 권한 강화가 의료계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제정안 중 가장 논란이 됐던 조항은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이다.
1조는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간호사의 역할을 의료기관 내에서 밖으로 넓힌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데,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그동안 이 규정이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단독으로 개원하는 길을 열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다만 의료법 규정이나 이 법의 다른 규정을 보면 적어도 당장은 간호사가 단독으로 개원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의료법 33조는 법에 규정 주체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간호사는 빠져있다. 이 규정은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정신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간호법 제정안은 10조 2항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진료의 보조'라는 문구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간호사 단독 개원' 논란을 고려해 추가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도 의료법 개정 없이는 간호사의 의료기관 개설이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간호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신중론을 펴면서도 "간호법에서 지역사회라는 것이 목적에 들어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별로 없고 어차피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의협 등은 이 규정과 관련해 일단 법이 제정되면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통해 단독 개원의 길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해왔다.
간호법은 아울러 간호사의 처우와 관련해 국가와 지자체가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통한 간호사 등의 장기근속 유도 및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도록 했다. 또 간호사 등을 고용하는 기관과 시설의 장이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 누구든지 간호사 등에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도 명시했다.
당초 법안에는 '간호법이 규정하는 내용이 다른 법(의료법)에 우선한다'는 부분이나 무면허 간호업무 금지 조항이 있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빠졌다.
또한 간호조무사의 자격과 관련해서는 법안에 고졸이하로 규정돼 있는데, 이는 의료법의 관련 조항과 비슷하다. 다만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 제정안의 이런 규정이 부당하다고 지적해왔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간호법과 관련해 '지역사회' 문구를 놔두는 대신 '간호사 단독 개원 금지' 내용을 명시하고, 법안 명칭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바꾸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야당과 간호사 단체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간호법과 함께 논란 끝에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은 범죄행위를 저지른 의사를 퇴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인 결격·면허취소 사유를 '의료관계 법령 위반 범죄 행위'로 규정했던 것을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선고유예 포함)'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다만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한다.
정부와 여당, 의사 단체들은 이런 규정이 '자격 결격사유를 규정할 때는 필요한 항목만으로 최소한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명시한 행정기본법과 맞지 않고 과잉입법의 우려도 있다고 반대해왔다.
정부·여당은 이에 모든 범죄 대신 의료 관련 법령, 성범죄, 강력범죄를 면허취소 사유로 정하자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지만, 야당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 다른 직종도 강화된 규정을 갖고 있다며 반대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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