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국회 통과한 복수의결권… “경영권 방어 가능” vs “투자자 권리제약”
국회가 벤처업계의 숙원이었던 복수의결권 제도를 통과시켰다. 이 제도는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주에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창업주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도 통과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복수의결권이 남용될 경우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창업주가 더 많은 의결권을 가지게 돼 투자자의 권한이 제약된다는 우려도 있다.
◇ 복수의결권 국회 통과… 173명 중 찬성 44명·반대 44명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복수의결권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표결에는 260명이 참여했으며 찬성 173인, 반대 44인, 기권 43인이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020년 12월 개정안을 발의한 지 2년4개월여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복수의결권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각각 4회 논의를 거쳤다. 2020년 6월 양경숙 의원이 관련 법안을 냈고, 이영·김병운 등 의원도 발의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4개의 여야 의원안과 정부안을 병합한 것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법안 통과 후 “벤처기업을 창업하여 성장시키면서 복수의결권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체감했다”면서 “소관 부처 장관으로서 법안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우려 점들을 해소하고 설득해왔다”며 소회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복수의결권이 최종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서 창업주의 경영권 방어가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있다. 과거에는 창업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해외에 상장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제 그런 문제가 해소됐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고성장 벤처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 지분이 희석되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벤처캐피탈도 이런 점에서 투자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시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주주 평등 원칙 위배’ 지적도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식 한개당 하나의 의결권을 갖는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창업주가 많은 의결권을 갖게되면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한투연은 복수의결권 제도를 두고 “주식시장의 공정과 평등을 훼손할 가능성이 다분하며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면서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사위에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이런 이유로 해당 법안을 반대했다.
창업주의 경영권 남용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경실련은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재벌세습에 약용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주장하며, 법안 도입으로 얻는 효과도 미미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최근 관련 자료를 내고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상법의 1주 1의결권 원칙을 실효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법안”이라면서 “상장기업에 복수의결권 허용은 재벌 세습 제도화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중기부, 기존 발의안 보완… “주식 존속기한 최대 10년”
정부도 이런 이런 우려사항을 고려해 법을 강화했다. 복수의결권 주식 관련 정관 개정과 발행은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3 이상의 동의를 요하는 등 특별결의를 통해서 가능하게 했다.
창업주의 권한 남용을 막는 장치도 마련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상속·양도·증여 및 이사 사임시 즉시 보통주로 전환된다.또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경우에도 즉시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해, 대기업집단의 활용이 원천 차단됐다.
아울러 발행된 복수의결권 주식의 존속기한은 최대 10년으로 한정했다.상장 시 최대 3년으로 축소되며, 존속기한에 경과한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주로 전환된다. 존속기한에 관한 정관을 변경할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은 1주당 하나의 의결권만 갖도록 했다.
이영 장관은 “복수의결권주식은 벤처 강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에서도 활발히 활용되는 제도로 투자유치와 경영권 불안이라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벤처기업들에게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