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신라·현대, 인천공항 10년 사업권···면세점 순위 바뀔까

송주희 기자 2023. 4. 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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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매출 1위 롯데는 입찰서 제외
동북아 허브공항 경쟁 갈수록 치열
홍콩공항 내달 韓서 개발계획 발표
여객확대 경쟁 속 면세업계도 주시
[서울경제]

국내 면세점 빅4(롯데·호텔신라·신세계디에프·현대백화점)와 중국 거대자본(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경합을 벌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일반(대기업) 사업자 입찰에서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 현대백화점이 최종 낙찰되며 10년 운영권을 쥐게 됐다. 국내 면세 매출 1위인 롯데가 빠지면서 향후 업계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엔데믹과 맞물려 홍콩국제공항이 한국에서 비전 발표 및 홍보 캠페인 론칭에 나서는 등 아시아 주요 국가 공항들이 동북아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면세점을 비롯한 시설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인천공항의 여객 수 증가와 이에 따른 면세점 매출 확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세청은 26~27일 진행된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 심사를 통해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DF1·2구역 사업자로 호텔신라(1구역)와 신세계디에프(2구역)를, 패션·액세서리·부티크를 취급하는 DF3·4구역에서 신라(3구역)와 신세계(4구역)를, 부티크 전용 DF5 사업자에 현대백화점을 최종 선정했다. 전 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DF8·9구역(중소·중견기업 대상)에는 경복궁면세점(8구역)과 시티플러스(9구역)가 낙찰됐다.

이번 입찰은 엔데믹과 맞물려 10년 운영권을 두고 국내 빅4와 중국 CDFG가 맞붙으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특히 1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인천공항 심사에서 국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과 막강한 자본력으로 국내 업체들을 긴장시켰던 CDFG가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바닥까지 고꾸라진 면세업계의 실적 회복에 있다. 국내 주요 면세업체들은 코로나 19 여파로 매출이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2019년 24조 9000억 원에 달했던 면세 매출은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15조 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2분기가 지나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가시화하는 시점부터 업황이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항 면세점의 임대료 산정 방식 변경도 긍정적인 재료라는 분석이다. 인천공항은 임대료 산정 방식을 고정 최소보장액(고정 임대료)에서 공항 여객 수에 따른 ‘여객당 임대료’로 변경했다. 각 사업자가 제안한 단가에 여객 수를 곱하는 방식이라 기존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다. 인천공항 국제선 트래픽이 지난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면세점이 납부하는 임대료는 그 해 대비 최소 700억 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이나 각종 비용 관련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내점에서 철수했던 명품 브랜드를 새롭게 유치하고 모객하는 것이 실적 회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적 회복과 함께 자연스레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업계 순위 변화다. 현재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 순위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순이다. 그러나 롯데가 인천공항 입점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은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 매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 비중은 5% 수준으로 팬데믹 이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비해 온라인 면세점 매출은 30~40%인 데다 시내 면세점까지 더해질 경우 80% 수준의 매출이 발생한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단체 관광객을 해외 콘서트나 팬미팅 등을 통해 시내점으로 유치하고, 할인율을 늘려 온라인 고객도 강화할 예정이다.

동시에 해외 공항 면세점 확대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미국, 일본,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 6개 국가 13개 공항에 진출해 있다. 오는 6월 호주의 멜버른 공항에이어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이전에도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았고, 임대료가 높아 할인율이 낮았다”며 “온라인과 시내점 위주로 고객을 유치함과 동시에 해외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쥔 DF7(패션·기타) 사업권이 2025년 8월 말 종료 예정돼 있어 롯데가 여기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본적으로는 운영 기간을 5년 더 연장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여객수 연동'으로 바뀐 인천공항 임대료 기준을 적용 받지 못하기 때문에 현대백화점이 종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객 확대를 목표로 한 주요 공항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홍콩국제공항은 오는 5월 홍콩공항공사의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제 항공 허브로서의 위상 강화와 공항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를 한국에서 개최한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듀플렉스(복층) 면세 매장 설치와 문화·체험 시설 확대 등을 통해 이용객 증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객수 증가가 공항 면세점 매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업계도 각국 공항의 이 같은 움직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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