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운용 계획 한국과 공유···한국 핵무장 포기 대신 북핵 대비 ‘핵우산’ 협의체 신설

유새슬 기자 2023. 4. 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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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키로
정상 차원 강화된 확장억제 문서화 의미
나토·미국 핵기획그룹(NPG)이 모델
한국은 핵 운용 결정 참여 아닌 협의
실행력 제고 여부는 후속 작업에 달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소인수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 김창길기자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을 내세우고 있다. 정상 차원에서 미국의 강화된 확장억제 공약을 별도 문서화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NCG 신설 등 확장억제 강화 합의를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양 정상은 선언문에서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NCG 설립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한국과 핵우산 정책을 협의했지만 유사 시 확장억제 작동 정보는 비밀에 부쳐왔다. EDSCG는 양국 외교·국방 당국의 차관급 인사 4명이 ‘2+2’로 모이는 형태라 회의를 자주 개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부정기적으로 개최해 오다 윤석열 정부들어서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NCG 창설로 한국이 미국 핵 대응 계획을 파악하고 핵우산 발동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상시 통로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NCG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미국 간의 핵기획그룹(NPG)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전술핵을 역내에 배치한 나토식 핵공유 보다는 약하지만, 미 핵 전력의 운용 계획을 한국이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한∙미 간 EDSCG 보다는 강화된 조치로 평가된다.

한반도 핵 운용에 특화된 일대일 상설 협의체

NCG는 양국 차관보급이 참여해 장관급 협의체인 나토 NPG보다는 격이 낮다. 실무진이 매년 4회 정기적으로 만나 논의하고 결과는 양국 정상에 보고된다.

NPG는 핵무기를 운용할 계획을 짜는 일, 즉 핵 운용 기획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나토 회원국 중 30개국 국방장관들이 1년에 두 차례 참석하는 NPG는 회원국 전체의 군사목적 핵 정책에 관한 문제를 기획, 논의, 결정하는 기구다. 회원국 전체의 군사목적 핵 정책을 조율하고, 핵 확산이나 군축 같은 이슈도 함께 논의한다. 반면 NCG는 핵과 전략 자산의 운용에 특화된 논의를 하는 협의체다. 한국이 미국의 핵 기획이나 핵 결정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협의’하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나토는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역내 5개국의 미군 기지에 배치했다는 점도 큰 차이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를 재확인하며 한국에 핵자산을 상시배치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NCG는 한국에 전술핵을 직접 배치하지 않겠다는 미국과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을 조율한 절충안인 셈이다.

이 때문에 NCG가 윤 대통령이 밝힌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에 부합하는지는 회의적이다. 나토와 마찬가지로 NCG는 미군의 핵자산을 대상으로 하며 핵 사용 최종 결정권자는 언제나 미국이다. 관건은 핵 운용 논의에 있어 한국의 발언권이 얼마큼 담보되느냐, 양국 논의 결과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얼마나 높아지느냐인데 현재로선 이를 판단할 근거는 충분치 않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NCG는 아직 초기 단계의 협의체니까 냉전시기에 만들어진 NPG보다 강력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상설협의체를 만든 것은 확장억제 이행에 대한 의지, 필연성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물론 누구도 100%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NCG에서는 나토에서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것 같은데 좀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 입증할까…후속조치 주목

윤석열 정부는 NCG가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정보공유와 공동기획의 매커니즘을 마련한 만큼 국민은 미국과 사실상 핵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으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NCG 논의 내용은 타 협의체에 확장억제와 관련한 지침을 하달하는 기능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한·미 국방부가 정책적·군사적 협의를 하던 억제전략위원회(DSC)는 NCG로 편입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종전의 핵우산에 기초한 확장억제와는 많이 다르다”며 “미국이 핵자산에 관한 정보와 기획, 대응, 실행을 함께 공유하고 의논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국은 이미 나토와 NPG를 운용하고 있다.

정부 설명대로 한·미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한미 간 후속작업에 달렸다는 평가다. NCG에서 논의된 사항이 양국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만큼 일종의 참모조직으로서 기능하거나(박원곤 교수), NCG에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호주 등이 참여해 다자기구로 발전할 가능성(박휘락 교수) 등이 거론된다. ‘워싱턴 선언’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 조치로 이어지기 위해서 NCG 논의 결과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에도 반영돼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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