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방미 ‘77분 정상회담, 7개 문건’ 채택…“좀 다른 게 아니라 많이 다르다” 자평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방미 성과를 가를 핵심 일정을 마무리했다. 두 정상은 77분간의 회담 결과를 종합적으로 담은 공동성명과 함께 6개 별도 합의문서 등 7개 문건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중 확장억제 강화 방안과 관련한 ‘워싱턴 선언’을 핵심으로 꼽고 “(이전과) 좀 다른 것이 아니라 많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에 나서 한·미 동맹의 의미를 강조하며 회담 결과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헌신적으로 대일 외교에서 아주 큰 결단을 내리게 된 데 감사하다”며 거듭 ‘선제적 양보’ 기조로 한·일 관계 개선을 선언한 윤 대통령에 사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조치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했다”고 이를 확인했다.
이례적으로 공동성명보다 별도 채택된 워싱턴 선언에 조명이 집중됐다. 미국 핵자산의 확장억제와 관련해 양국 간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골자로 한 선언으로 70년 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곳이자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국빈 방문이 이뤄진 워싱턴DC를 선언 이름으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회담의 첫 번째 핵심 성과로 확장억제를 꼽았다. 이와 관련한 기자 질문엔 “종전의 핵우산에 기초한 확장억제와는 좀 다른 것이 아니라 많이 다르다”며 “강력하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현지 브리핑에서 “확장억제 실행력을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우리 국민들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시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확장억제 관련 질문에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북한의 핵 공격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거나 실제 사용하면 미국이 즉각적으로 선제 공격 원점을 사라지게 만들어주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직접적인 다짐”이라고 김 차장은 설명했다.
미국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은 회담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날 수차례 이어진 두 정상의 공개 발언이나 공동성명 등 문건에도 도청 의혹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미국에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또 국가 간 관계에서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 시간을 두고 조사결과를 지켜보고 충분히 소통할 생각”이라며 즉답하지 않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 두 법이 “한국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윤 대통령은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에 대한 우려를 포함해 재선 출마에 비판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몇 살인지도 모르겠다”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그는 이어 “내가 재선에 도전하는 이유는 아직 끝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두 정상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47분간 소인수 회담으로 본격적인 회담을 시작한 뒤 캐비닛룸으로 자리를 옮겨 30분간 확대회담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소인수 회담에서는 한·미 동맹과 확장억제, 주요 지역 문제가 논의됐다. 확대 회담에서는 경제안보와 글로벌이슈, 정세 등에 관해 협의했다. 우크라이나 문제가 이날 두 정상의 발언과 공동성명 등 곳곳에 등장했지만 회담 중에는 짧게 언급됐다고 김 차장은 밝혔다.
회담 분위기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밝았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두 정상은 회담 중간에도 공동성명 등의 문구를 계속 고치고, 옆에서 필담을 해가며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워싱턴 선언은 어젯밤 협의가 끝났지만 공동성명 중 한국이 중시하는 이슈들 표현에 좀 더 각을 세우고 용어를 바꾸는 등의 작업이 발표 직전까지 이뤄졌다”며 “저희는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결과를 ‘가치 동맹’이라는 주춧돌 위에 세워진 다섯 개의 기둥에 비유했다. 기둥이 되는 5개 분야의 동맹으로는 안보·경제·기술·문화·정보 동맹을 들었다. 회담에서 도출된 6개 합의 문서 중 4개는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간에 체결됐다. 워싱턴 선언과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출범을 위한 공동성명,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한국전 명예훈장 수여자의 신원확인에 관한 정상 공동성명 등이다. 이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미국 우주항공국(NASA)과 각각 과학기술 협력과 한·미 우주탐사 협력에 관한 공동성명을 체결했다.
워싱턴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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