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북 전단 살포 단체, 文 정부 설립 취소는 부당”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탈북민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이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낸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 4~6월 세 차례에 걸쳐 인천 강화군과 경기 김포시‧파주시 등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북 전단 50만장을 북한 방향 상공으로 살포했다. 당시 법률에 따르면 범죄가 되지 않는 행위였다.
하지만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그해 6월 4일 우리 정부를 향해 “쓰레기들의 광대놀음(대북 전단 살포)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는 담화를 발표하자, 문재인 정부는 불과 4시간 만에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고, 통일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통일부는 김여정 담화 발표 43일 만인 그해 7월 17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대북 전단 살포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에 위험을 초래하고 남북 관계에 긴장 상황을 조성해 공익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이어 남북관계발전법이 그해 12월 29일 개정되면서 대북 전단 살포를 일부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되자 ‘김여정 하명(下命)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에서도 “한국 정부가 북한 지도부를 달래기 위해 탈북민 운동가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맞느냐” 등 비판이 나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법인 설립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은 모두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북 전단 살포는 정보 접근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북한 주민에게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으로 공적·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고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쳤다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주무 관청이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사유인)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여정 하명 처분’으로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에 위배되는 처분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맹목적, 굴종적 대북 정책에 대한 국내 및 국제 사회의 비판적 시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한편 페트병에 쌀을 담아 북한으로 보냈다는 이유로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함께 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당했던 탈북민 단체 큰샘은 2021년 10월 통일부를 상대로 “설립 허가 취소는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의 1심에서 승소했다. 이후 정부가 항소를 포기하며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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