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 "국립무용원 건립해 K-무용 세계화 발판 삼자"(종합)

오명언 2023. 4. 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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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원 건립 대토론회 열려…국회 앞에서 무용인 1천500여명 결의대회
자료사진. 국립발레단 '해적' 공연 모습 [국립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오명언 기자 = "국립무용원 건립은 무용 국제교류의 다양화, 효율적 시스템 정착, 다양한 지역·계층의 무용예술 향유에 가장 효과 있을 사업이라 확신합니다."(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무용인들이 27일 국회에 모여 무용에 대한 체계적 지원과 K-무용의 세계화를 위해 국립무용원 건립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승수·유정주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무용협회 등 무용 18개 단체가 후원하는 '국립무용원 건립 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장은 전국에서 모인 무용인 500여명으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좌석이 부족해 일부는 회의실 뒤편에 간이의자를 펴고 앉았다.

우렁찬 박수 소리와 함께 등장한 강수진 단장은 '세계 속의 우리 무용과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에서 "국내 무용이 세계 속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연뿐만 아니라 교육프로그램, 아카이브, 인큐베이팅, 레지던스 등의 활동이 다각도로 필요하다"며 "국립무용원이라는 공동의 공간을 통해 무용인들의 의견이 더욱 활발히 오갈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단장은 "국립무용원 건립은 무용계 전체의 예산·시간 절약을 통해 무용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제교류의 다양화, 효율적 시스템 정착, 다양한 지역·계층의 무용예술 향유에 가장 효과가 있을 사업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스타 발레리나 출신인 강 단장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활동 당시 경험을 회고하며 체계적인 무용 아카이빙(자료수집) 구축도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자료를 작성하고 수집해서 아카이빙하는 것에 매우 앞서 있는 나라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도 작품자료 수집 담당 부서가 있었고, 그 덕에 원작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작품들이 전승되고 있다"면서 "이런 아카이브 사업이 한 곳의 플랫폼에서 이뤄진다면 대한민국 무용이 세계에 알려지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광렬 한국춤정책연구소장도 국립무용원 건립이 한국 무용이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무용예술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발표에서 한국 무용은 외형적 성장에 비해 운용의 질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용예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 정책에 탄력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사진. 국립무용단 '호동' 공연 모습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변화된 춤 환경을 반영한 적절한 지원 시스템, 서울 중심이 아닌 전국적 관점에서의 무용예술 발전 포괄 정책, 국민의 삶의 질과 연계된 무용 프로그램 운용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이런 중요 의제들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운용할 전문기관의 부재가 가장 큰 핸디캡(단점)"이라고 짚었다.

장 소장은 이어 "무용예술의 고유성을 추동할 새 공간·기관의 설립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다문화적 협력과 작품의 보급처인 동시에 지역사회 예술을 연계하는 시스템이 작동할 발원지인 국립무용원 건립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칭 '국립무용원'(Korea National Dance House)는 특정 무용단 혹은 인물이 주도하는 기관이 아닌, 창작·협업·공연·교육·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열린 공동체"라면서 "무용 예술이 국민의 생활 속에서 함께 호흡하도록 하는 매개 기능 수행의 역할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경 문화체육관광부 전통예술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문체부는 국립무용원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그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있다"며 "(건립할)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과 지속해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용계는 그동안 "한국에 무용을 위한 전용극장이 전무하다"면서 무용전용극장 건립을 핵심으로 하는 '국립무용원' 건립을 숙원 과제로 추진해왔으나 큰 동력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타당성 조사 결과 국립무용원 건립 때 670억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된다는 분석 등이 나오면서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무용계는 이날 토론회에 앞서 국회 앞에서 1천500여명의 무용인이 모인 가운데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결의대회'도 열어 여론전에도 나섰다.

대한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은 "국립무용원 건립은 무용인들에게 다양한 예술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국제교류의 플랫폼으로서 무용의 저변확대를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무용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yonglae@yna.co.kr,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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