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구조개혁 통해 출구전략 모색하라

2023. 4. 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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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자료를 보면 향후 5년간 세계경제는 3%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 30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IMF는 전세계적 저성장 추세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세계경제가 분열되어 투자와 무역이 모두 저조해지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생산성 향상 조치들을 계속 실시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IMF는 글로벌 성장률의 75%가 전세계 20개국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중국이 2028년까지 세계 GDP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22.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인도(12.9%), 미국(11.3%) 순이었다. 인도,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 4개 국의 세계성장 기여도는 40%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은 지난 1월(1.7%) 대비 0.2%포인트 하향조정된 1.5%였다. 이는 정부(1.6%), 한국은행(1.6%), OECD(1.8%) 등 주요 기관에서 전망한 수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IMF의 전망치는 한국이 세계경제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의 한 가운데 있는 한국이 어떻게 '출구 전략'(exit strategy)을 모색할 수 있는 가이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실체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증폭으로 야기된 안보 불안, 장기적 경제 불황에 진입하고 있는 경제 불안이라는 복합위기다.

제1의 출구전략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보 전략의 수립과 집행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세계는 신냉전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모호한 안보 전략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해보려고 노력하였으나 미국, 일본, 한국의 3자 동맹을 외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방미는 3자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순에 본격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나갈 수 있는 국제 환경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우리의 안보 역량을 과신하는 것이다. 핵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억제하려는 노력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러시아·중국·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미·일과 3자동맹을 공고히 하는 길 밖에 없다.

두 번째 출구전략은 세계경제가 장기 불황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IMF가 권고하는 대로 구조개혁을 통해 정부와 산업은 물론 가계 부문의 전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생산성 제고를 촉진하는 것이다. 구조 개혁을 통한 생산성 제고에 주력해야 되는 이유는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영국 경제의 추락, 프랑스의 노동·연금 개혁의 진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IMF는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의 경제 규모로 돌아가지 못한 주요 국가로는 영국이 유일하다. 경제 제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성장률(0.3%)보다 낮은 예상치다.

지난 2월 초에는 영국 최대노조인 노동조합회 소속 교사 30만명과 공무원 20만명의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 파업의 주 원인은 인플레이션 속도를 임금 인상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촉진한 노동개혁의 결실로 실업률은 10%대에서 7%대로 줄고 양질의 상근직(풀타임) 일자리가 81%에서 83%로 늘어났다고 한다. 르노와 같은 기업은 3년간 600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대신 전기차 등 신산업 부문에 대폭 채용을 늘리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비록 연금개혁을 놓고 정치·사회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으나 결국은 마크롱의 연금개혁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개혁에 따른 진통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 경제는 지난 10년동안 성장없는 분배 우선주의라는 허상을 좇다가 투자가 저조해지면서 적정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략적 모호성' 속에 숨어 소탐대실의 국정운영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안보 협력과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통해 안보·경제 복합불황에서 벗어나는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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