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대덕특구 미래 50년 청사진 제시… "국가전략기술 확보 거점돼야죠"

이준기 2023. 4. 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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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구 출범 50주년 큰의미… 대한민국 경제·과학기술 발전 이끌어
정부의 지원·혼연일체 산학연의 헌신으로 7대 과학기술강국 도약
출연연 융합연구체계 구축해 기후위기·고령화 등 해결 기여할 것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김장성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

"대덕특구 조성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못 살던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에 대한 미래 비전을 내다보고, 대덕특구(옛 대덕연구단지)를 만들었다는 자체만으로 지금 생각해 보면 경이롭고 파격적이지 않습니까. 국가 리더의 담대한 결정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해외 유치 과학자들의 희생과 노력 등이 더해져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을 맞게 된 의미는 매우 남다르고 뜻깊습니다."

김장성(사진)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연기협·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55)은 27일 디지털타임스와와의 인터뷰에서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을 맞는 소회에 대해 기쁨과 감사, 기대가 교차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 기업 연구기관 등 기관장 중심으로 1976년 결성된 연기협 회장을 맡고 있다. 연기협은 대덕특구의 소통과 협력 창구로 역할을 수행하며 회원기관 간 정보 교류, 지역산업과 연계한 기술이전 촉진, 지역현안 및 이슈 해결을 위한 지원·자문, 과학문화 확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덕특구는 1973년 대덕연구환경도시로 출범해 대덕연구단지를 거쳐 지난 반 세기 동안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과학기술 발전을 주도해왔다.

그는 "무엇보다 대덕특구가 50년 간 이어져 온 게 자랑스럽다. 50년 전을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가난한 나라에 불과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 발전과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겨 지금의 대덕특구를 조성한 자체가 국가 차원에서 얼마나 큰 결정이자 놀라운 일이 아니냐"고 피력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개도국에서 56년 만에 선진국으로 승격됐고, 2022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 과학기술 혁신역량이 5위를 차지해 과학기술 강국으로 올라섰다. 대덕특구가 위치한 대전 역시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2022년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 과학기술 집약도 부분에서 아시아 1위이자 세계 3위 도시로 과학기술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 회장은 "대덕특구가 지난 50년 동안 혁혁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특구 혁신주체인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 산학연이 혼연일체가 돼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겠다'는 강한 의지와 희생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대덕특구는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TDX(전전자교환기)', 1인 1전화 시대를 개막한 휴대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원자력 기술자립을 선언한 '한국 표준형 원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 7대 우주강국의 주역 '누리호', 대한민국 첫 달 궤도선 '다누리' 등의 기술 개발을 통해 7대 과학기술 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연기협은 대덕특구 50주년을 기념해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기협 차원의 가장 큰 행사인 '세계과학포럼'을 과학기술과 인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거대 담론을 주제로 개최하는가 하면 대국민 행사로 '출연연 개방 및 탐방 행사', '청소년 대상 과학체험 캠프', '과학어울림 마당', '석학 초청 토론회' 등 특구 50주년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는 행사를 순차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술패권과 디지털 대전환 등 급변하는 엄중한 환경 속에서 대덕특구 5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회장은 "대덕특구가 걸어온 50년은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경제 성장의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그 의미를 되새기고 축하함과 동시에 앞으로 새로운 50년을 어떻게 준비할지 논의하고 공론화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출연연 중심으로 집적돼 있는 대덕특구가 국가전략기술 확보와 거점이자 지역 혁신성장의 주체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덕특구 내 출연연이 담장을 허물고 그동안 축적한 연구역량을 한 데 모아 새로운 융합연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구 내 18개 출연연이 서로 소통·교류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결성을 강화한 후, 산학연병관 간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서로의 기술을 융합해 기후위기, 탄소중립, 고령화 등 국가적 위기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는 대덕특구 중심의 딥테크 기반의 연구혁신 역량을 산업혁신 역량으로 이어지게 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도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대덕특구에서 창출된 첨단기술 집약형 연구성과를 산업화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가치 사슬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대덕특구 인근에는 국가산업단지가 전무했으나, 최근 대전시가 대전 교촌동 일원 530만㎡(160만평) 규모의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처음으로 지정받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 회장은 "대덕특구는 50년 세월을 거치면서 건물과 실험실이 낡고 노후화됐고, 공간적 활용도 떨어져 리모델링을 통한 특구재창조사업이 시급하다"며 "이를 통해 세계적 역량을 갖춘 우수한 연구자들이 찾아올 수 있는 혁신 클러스터로 변모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동안 대전 지역·시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교류하지 못했는데, 앞으로의 50년은 시민과 함께,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구자와 산업계, 시민을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세계적인 혁신도시들과 연대, 협력해 대전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과학수도로 발돋움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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