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기술패권 선점···반·배 첨단표준 함께 세운다
양국 첨단기술분야 대화채널 개설
바이오기술 등 규제기준 마련 방침
과기부·美 나사는 우주탐사 협력
한국산 위성부품 수출 수혜 기대
양자정보과학기술 협력도 강화
6000만불 투자해 한미 인재 교류
한미 동맹이 26일(현지 시간)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를 넘어 첨단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패권 블록으로 진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차세대 핵심·신흥 기술 및 전략적 사이버 안보 협력, 우주산업, 양자과학기술 협력과 관련된 양국 협의체를 결성한 것은 이 같은 동맹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양국은 이를 통해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표준 등을 선도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은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청년 인재를 함께 키우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백악관에서 실시된 정상회담에서 6개의 별도 문건을 채택해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을 다지기 위한 활주로를 깔았다. 이는 양국의 주력 산업이 대외적으로 공동의 도전에 처해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 주도의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며 수출국가로 성장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소련 붕괴 이후 30년간은 자유무역 확대와 세계경제에 편입된 거대 시장인 중국 특수를 누리며 수출 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 특색적 사회주의 강화를 내세운 시진핑 정권은 한층 더 팽창주의 행보를 보이며 자유주의 진영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이 첨단 디지털 기술 등을 악용할 경우 자유주의 진영 시장 장악을 넘어 자유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서방권의 우려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차세대 기술, 사이버 협력, 우주산업, 양자기술 등의 별도 문서를 채택한 배경에는 이 같은 대외 정세의 흐름이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미는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앞으로 ‘차세대핵심·신흥기술대화’를 설립해 미래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첨단 기술 분야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한다. 경제와 일자리를 창출할 첨단산업은 초기에 시장이 형성될 때 국제표준을 누가 선점하는지에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는 고위급 대화를 통해 바이오기술과 제조에서 표준을 개발하고 디지털 경제의 데이터 보안, 규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차세대핵심·신흥기술대화는 한국과 미국에서 번갈아 가며 매년 개최된다. 한미는 올 하반기에 첫 대화를 열기로 했다.
무한한 기회와 시장을 열어 인류의 미래를 바꿀 우주산업에서도 밀착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우주탐사협력 공동성명’을 통해 달 기지 건설 등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이번 합의로 미국산 위성 부품에 사용될 한국산 부품의 수출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부는 향후 신설될 한국 우주항공청과 연계해 나사와 공동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를 대체해 디지털 경제와 안보·군사 분야 등 미래 산업의 모든 영역을 주도할 양자정보과학기술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날 미 상무부가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을 포함하면 양국 정부는 반도체와 바이오·디지털·우주·양자 등 대부분의 미래 첨단산업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양자와 우주 분야 모두 미래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는 첨단산업·기술의 미래를 이끌 인재도 함께 키운다. 양국은 각각 2023명의 미래 인재를 선발해 상대 국가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총 6000만 달러(약 800억 원)를 공동 투자한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는 한미 정상이 이공계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해 ‘한미 이공계 청년 특별 교류 이니셔티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중심으로 양국 인재들이 상대국에서 학위를 받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는 ‘풀브라이트 첨단 분야 장학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또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과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의 중요한 요소로서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나아가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한 청정 전력 비중을 현저히 확대한다”는 문구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원전으로 평가받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한 한미 기업 간 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가 첨단산업에서 밀착했지만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만들지 못했다는 진단도 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 △기업 활동에 있어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 등을 명시하는 데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미국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 것만큼이나 한국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도한 우려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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