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60· 채권 40 전략 계속 유효한가? 세계 1·2위 자산운용사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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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60·40 포트폴리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 해였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블랙록)
“60·40 포트폴리오 전략은 죽지 않았다. 앞으로도 10년은 강세를 보일 것이다.”(뱅가드)
자산의 60%를 주식에, 나머지 40%는 채권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는 수십년간 월가의 ‘정석’으로 여겨졌다. 이런 ‘60·40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놓고 자산운용 업계 세계 1위 블랙록과 2위 뱅가드가 서로 정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격돌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60•40 포트폴리오는 경기가 좋을 땐 주식에서 큰 수익을, 불황으로 주가가 하락할 땐 채권이 완충 역할을 하면서 투자자에게 꾸준히 수익을 가져다줬다. 문제는 지난해 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하면서 불거졌다. 블랙록은 “글로벌 금융 여건이 크게 바뀌었다”며 60•40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뱅가드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여전히 60•40이 효과적인 투자 기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60·40 수익률, 2008년 이후 최악
60•40 포트폴리오가 월가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해리 마코위츠가 1950년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odern Portfolio Theory•MPT)을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 나눠 투자하면 기대수익은 비슷하게 가져가면서 위험은 낮출 수 있다는 게 마코위츠가 내세운 MPT의 핵심이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하면서부터 개인 투자자들도 쉽게 60•40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이 전략은 오랫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왔다. 월가 60·40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보여주는 블룸버그 US 60·40 지수는 금융 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21.8% 손실을 기록한 뒤 2018년 소폭(2.3%)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2021년까지 전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연평균 상승률은 9.2%였다. 2008년부터 미국 주식 60%, 채권 40%에 나눠 투자했다면, 2021년 말엔 투자금이 3.4배로 늘었다는 뜻이다.
꾸준했던 60·40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16.9%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S&P500 지수는 19.4%, 채권은 15.2% 하락했다. 대공황 이후 주식과 채권이 모두 하락한 건 영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한 1931년,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한 1941년,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1969년과 지난해까지 모두 네 차례뿐이다.
블랙록 “60·40, 올해는 안 통할 것”
블랙록은 가파른 인플레이션 탓에 주식·채권 동반 하락이 나타난 1969년 사례에 주목하며 60·40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록은 “1960년대 중반 물가가 상승하자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 대응 모드로 전환했다”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경기 침체로 이어졌고, 1969년 주식과 채권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인상이 동시에 진행될 땐 주식과 채권이 보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블랙록은 올해에도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더 올리는 등 1969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더 끈끈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연준은 0.5%포인트 혹은 0.75%포인트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장은 “전통에 기반을 둔 60·40 포트폴리오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경기 침체기에도 금리를 인상하는 새로운 체제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과거보다 탄력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채권 비중을 늘리고, 주식 부문에서는 단순히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헬스케어 등 경기 침체를 더 잘 극복할 수 있는 종목을 선정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뱅가드, “60·40, 불사조처럼 부활할 것”
블랙록과 달리 뱅가드는 지난해 60·40 포트폴리오의 침체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본다. 로저 알리아가디아즈 뱅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0·40 포트폴리오가 어려움에 부닥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면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는 불사조처럼 다시 일어나 투자자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뱅가드는 향후 10년간 60·40 포트폴리오가 연평균 6.1%가량의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2021년 말 예상 수익률이 연평균 3.8%였던 것에서 급격히 오른 것이다. 지난해 주식과 채권이 모두 하락한 기저 효과 때문에 예상 수익률이 올라갔다는 게 뱅가드의 설명이다.
토드 슐랭거 뱅가드 선임 투자 전략가는 “특히 채권 부문의 수익률 개선 가능성이 크다”면서 “60·40 포트폴리오는 또 다른 강력한 10년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팀 버클리 뱅가드 회장도 최근 자사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60·40 포트폴리오로 10년 동안 자산을 두 배로 불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현재까지 블룸버그 US 60·40 지수는 6%가량 올랐다.
물론 뱅가드도 60·40 포트폴리오가 불변의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알리아가디아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기간이 긴 일부 투자자에게는 주식과 채권 비율을 80대20로 배분하는 공격적 전략이 적합할 수 있고, 은퇴가 가깝거나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투자자에겐 30대70이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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