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한층 탄탄해진 '동맹 70년'의 앞길 [기고]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을 처음 방문한 해외 정상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었고, 이번 윤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이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 단 두 번째 국빈방문이라는 점(첫 번째는 독립전쟁 때부터 미국의 오랜 동맹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이었다)은 양국이 올해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 정상이 26일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내놓은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은 한미동맹을 더 공고하게 유지하려는 결의의 징표다.
정파를 떠나, 역대 미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의 한국 대통령과 더 많은 일치를 이뤄냈다. 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윤 대통령이 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미국의 유럽 동맹과 보조를 맞춘 것을 높이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긴장국면이 계속됐던 한일관계 개선과 역사문제 종식을 위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에 처음 도쿄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환영하고 있다. 한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북 핵협상을 명분으로 중단됐던 대규모 군사훈련도 재개했다.
그러나 그 어떤 오래된 동맹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나라 사이에는 조율이 필요한 여러 난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이번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모두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두 정상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에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얻게 되는 것 아니냐는 한국의 우려에 대해 논의했다. 이는 중국의 압박에서 민주주의 동맹인 한국과 미국이 공급망을 지켜내려는 더 큰 논의의 일부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제공 여부와 중국이 대만 침략을 단념하는 것과 관련된 한국의 더 큰 역할 등 바이든 정부가 중시하는 문제들도 의제에 포함됐다. 두 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확답을 듣고 싶어 하지만, 윤 대통령은 혹여나 지나치게 행동하여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감을 사지 않을까 조심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1순위 의제는 급속히 확대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확장억제' 강화에 맞춰졌다. 북한 핵 위협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배치함에 따라 그 심각성이 극적으로 변한 상태다. 게다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훨씬 빠르게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미사일 발사에 북한이 성공하면서, 한미의 선제대응도 더욱 힘들어졌다.
핵탄두 소형화와 다탄두 재진입 기술에서 북한이 완성도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만간 관련 기술을 획득한다면 미국 본토를 핵 미사일로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두 기술은 러시아와 중국만이 확보한 능력이며, 현실화할 경우 북한의 위협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한국 내부에서는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시애틀을 내주는’ 선택을 미국이 감수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것이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자체 억지력 보유에 77% 응답자가 지지를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워싱턴 선언’은 미국이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대신 한국이 자체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이 담겨 있다. 이 선언은 구소련이 미국 본토를 핵 폭격기와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에도, 굳건한 공약으로 동맹국들을 지켜온 미국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한미 양국은 나토의 NPG(Nuclear Planning Group·핵계획그룹)를 모델로 하여 한미 간 고위급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과 관련된 일체를 한국과 최선을 다해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더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략적 자산의 정례적인 가시화를 더욱 높일 것”도 공약했다. 여기에는 1980년대 초 이후 한국 항구에 정박한 사례가 없는 미 핵탑재 잠수함의 정례 전개도 포함된다.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핵심”으로 설명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결국 공격을 강행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이 “확장억제를 상당히 강화할 것”으로 여긴다고 언급하면서, 한미동맹을 “자유와 민주주의의 공통된 보편 가치에 기반”한 “영원히 지속되는 동맹”으로 표현했다.
미 고위 관계자도 필자에게 "미국 정부는 관련 협상에서 ‘워싱턴 선언’을 '철회할 수 없는' 수준, 즉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어 바이든 행정부보다 고립주의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그 구속력이 유지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내 문제로 지지도가 떨어지고 대일 관계 개선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이번 선언은 상당한 외교 성과로 환영받을 만하다.
그렇다면 이번 선언으로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 여론의 우려는 완화될 수 있을까? 현시점에서는 답하기 어렵다. 북한 위협이 어떨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위기의식을 고조시킬 것이며,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번 선언에서 제외된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 혹은 나토 방식의 “핵 공유”가 거론될 수 있다.
어쨌건 지금으로서는 이번 ‘워싱턴 선언’은 합리적 절충안으로 보인다. 이 선언은 한국 안보를 위해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미국의 공약, 즉 2만8,500명의 미군 주둔도 강조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북한 적대 행위 시 미국 개입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인계철선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미동맹이 다방면에서 지난 70년 끈끈하고 활기차게 유지되어 온 점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향후 70년간 한미동맹이 더욱 발전하여 공고해지기를 희망한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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