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무단가동 이어 대량의 장비 빼낸 정황…“의류생산설비 이전”
김정은 통치자금 관리 창구 산하 공장에 이전
공단설비 반출·임가공 의류 수출 모두 ‘위반’
공단에서 설비 이용해 직접 물품 생산 정황도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이어 아예 공단 내 설비를 대량으로 이전한 정황도 제기됐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생산설비를 무단 이전·가동하고 이를 통해 물품을 수출까지 하는 것은 개성공업지구법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도 위배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는 평안북도 무역 관계자를 인용해 개성공단 내 의류생산설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치자금 관리 창구인 노동당 39호실 산하의 수출피복공장으로 대량 이전됐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초 신의주에 자리한 은하(수출)피복공장에 전기재봉기(미싱) 백대가 들어왔다"며 "전기재봉기는 개성공단에서 실어왔다"고 밝혔다.
RFA는 북한에는 내각 경공업성 산하 피복총국이 운영하는 수출피복공장도 있지만 당 39호실 산하 은하지도국이 운영하는 수출피복공장이 평양을 비롯한 전국에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평안북도에도 200명 규모의 종업원이 일하는 은하피복공장이 신의주와 동림군에 자리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 전기재봉기가 신의주 은하(수출)피복공장에 이전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며 "코로나 전에 동림군에 있는 수출피복공장에도 전기재봉기가 개성공단에서 30대 정도 이전됐지만, 올해처럼 백대 규모로 대량 이전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의 설비는 평양에 위치한 은하지도국 산하 수출피복공장에도 대량 이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에 출장을 나온 평양시의 한 간부 소식통은 RFA에 "올 3월 내가 일하는 모란봉구역 수출피복공장에 하얀 전기재봉기가 트럭에 실려 들어왔다"며 "전기재봉기는 개성공단에서 실어왔다"고 전했다. 모란봉구역 수출피복공장은 500명 정도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RFA는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4월에 들어 중국기업로부터 의류 임가공 수주가 늘어나자 은하지도국은 수출피복공장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며 "이에 중앙에서는 개성공단 내 의류 생산설비를 무단 이전해 가동함으로써 외화벌이 사업을 확장하도록 승인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개성공단 운영은 중단됐다. 이에 개성공단에는 남측 기업이 운영해왔던 의류 생산업체 수십 곳의 생산설비가 그대로 남겨졌다. 그러나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남측 기업 재산인 생산설비를 은하수출피복공장으로 이전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래 전부터 북·중 간 의류 임가공은 북한의 외화벌이에서 석탄 수출 못지않게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기업이 의류원단과 원·부자재를 북한에 제공하면 북한에서 의류를 가공해 중국에 넘겨 외화를 버는 것이다.
앞서 북·중 간 의류 임가공은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 파견돼 진행되는 형태도 있었지만, 해외 체류 북한 근로자들을 2019년 말까지 철수시키도록 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가 채택되면서 중국 체류 북한 노동자들 상당 수가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하지만 의류임가공은 외화벌이 수익이 적지 않아 중국 현지에 남아있는 (북한)노동자들과 국내 수출피복공장 노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며 "현재 의류원단과 원·부자재는 화물열차와 해상무역으로 (북한으로) 들여와 수출피복공장에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회원국들의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의 의류 생산설비를 무단 이전해 가동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임가공 의류를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개성공업지구법은 물론 유엔 대북제재결의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RFA는 지적했다.
한편 RFA는 지난 14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해 ‘쿠쿠 밥솥’ 등을 생산해 평양의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개성공단의 전자제품 생산 업체에 청색 버스 여러 대가 정차해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되고, 통근용 버스가 평양 시내를 누비는 모습도 처음 확인됐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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