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1조 이익에 TV 흑자전환'…LG전자, 불황 속 꽃 폈다
가전·전장사업 호황, TV·B2B도 흑자전환 기록
LG전자가 올 1분기 글로벌 경기 악화에도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호실적을 내놨다.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은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고,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사업의 흑자 기조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불황 속 선방한 1Q
LG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0조4159억원, 영업이익 1조4974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22.9% 감소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생활가전, 전장 사업 성장이 두드러졌다. 먼저 1분기 H&A(생활가전)사업본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8조2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188억원으로 5.6% 늘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최대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단일 사업본부 기준 사상 처음으로 분기 1조원을 넘겼다. 영업이익률은 12.7%로 두 자릿수 진입에 성공했다.
VS(전장)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액 2조3865억원,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실적 최대다.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흑자 전환해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80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가 순차적으로 판매물량 확대로 이어진 결과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와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담당하는 BS(비즈니스)사업본부는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E(TV)사업본부의 1분기 영업이익은 20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 적자를 기록했던 전 분기와 비교하면 흑자 전환했다. 효율적 원자재 수급과 마케팅 비용 등 자원 투입의 효율성을 제고한 덕이다. 다만 같은 기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럽 시장의 TV 수요가 축소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한 3조3596억원이었다.
BS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액 1조4796억원, 영업이익 657억원을 기록했다. IT 제품 수요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36.3% 줄었다. 하지만 그램 PC 판매가 확대되며 전 분기 대비로는 흑자로 전환했다.
비결은 '워룸 태스크'
LG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으로 '워룸 태스크(War Room Task)'를 꼽았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경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배두용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주관으로 전사 워룸 태스크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단기적 관점에서 비용 절감 등 효율화뿐 아니라 경기 불확실성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근본적인 사업 구조·운영 방식의 변화를 추진하는 차원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올해 임직원 신년 메시지에서도 이를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조 사장은 워룸 태스크에 대해 "경기 불황 장기화에도 근본적 경쟁력 확보해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건강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자 지향점"이라며 "각종 비효율을 제거하는 동시에 근본적인 사업 및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LG전자만의 경영 개선 활동의 기회와 방법적 도구"라고 언급했다.
우선 사업 구조 측면에서는 전 사업영역에서 기업간거래(B2B) 매출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콘텐츠·서비스·솔루션 등 기존 사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비 하드웨어(Non-HW) 매출의 의미 있는 성장 또한 사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또 정교한 수요 예측과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객·시장 수요를 조기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별적 유통전략 등이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수익성 방어 전략 지속
LG전자는 2분기 역시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지속성장을 위한 사업구조 변화를 가속화하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 및 효율적 자원 운영을 통해 견조한 수익성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1분기 역대 최대 성과를 기록한 H&A사업본부는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이권 H&A경영관리담당 상무는 2분기 수요 불확실성 우려에 대해 "지난해 글로벌 냉장고·세탁기 수요는 3.4% 감소했고 특히 4분기는 10% 줄었다"며 "올해도 수요 감소 추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당분간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한 이미지를 확보해 온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소득 양극화에 따라 늘어나는 보급형 제품에 대한 수요를 함께 대응해 수익성 방어 전략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HE사업본부의 경우 삼성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 진출에 따른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 리더십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정희 HE경영관리담당 상무는 "경쟁사의 OLED 사업 본격화로 당사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으나 전체 OLED 시장 활성화로 규모 확대가 예상돼, 향후에도 글로벌 OLED TV 1위 리더십이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VS사업본부는차량용 인포테인먼트, e파워트레인, 램프 등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매출 성장을 지속하고,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2분기 완성차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VS사업본부의 성장 동력이 되는 전기차 전환 수요만큼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서다.
김주용 VS경영관리담당 상무는 "각국의 금리인상 정책 등으로 완성차와 부품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으나, 전기차의 연간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당사 매출은 기존 전망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수익성 개선에 대해서도 "반도체 가격 대응과 수주 확대를 위한 운영 비용 때문에 매출 성장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생산 효율성 제고 등 적극적인 원가 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 추가 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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