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동맹' 韓美 1대1 핵정보 공유…다자간 나토방식보다 긴밀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4. 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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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80분 회담
北 맞설 '핵협의그룹' 창설
차관보급 年 4회 정기회의
美 전략핵잠수함 한반도 전개
K콘텐츠와 문화동맹 '눈길'
도감청 논란은 추후 논의키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맨 왼쪽)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해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80여 분에 걸친 정상회담을 하고 '가치동맹'이라는 큰 틀 아래 안보·경제·기술·정보·문화 등 다섯 개의 동맹축을 세웠다.

한미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 전반을 아우르는 공동 성명뿐 아니라 △워싱턴 선언(안보)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 출범을 위한 공동성명(기술) △전략적 사이버 안보협력 프레임워크(정보) △한국전 명예훈장 수여자 신원 확인에 관한 공동성명(보훈문화) △양자 과학기술 협력과 우주탐사 협력 공동성명(기술 및 경제) 등 총 7개의 결과 문서를 내놨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고 한미 간 공동의 대북 핵 공동 기획·실행을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미 정상 차원에서 한미 확장억제 운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공동 합의문을 채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는 확장억제에 대한 양국 최고 리더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양 정상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의 '철통같은(iron-clad)' 대(對)한국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북한이 한미를 겨냥해 핵을 사용한다면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전략핵추진잠수함(SSBN)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정기적·지속적으로 전개하는 내용과 한미가 1대1로 대북 핵억제 전략을 협의할 핵협의그룹(NCG)을 출범하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차관보급 협의체인 NCG는 기존에 한미 국방·외교당국이 운영 중인 억제전략위원회(DSC)를 흡수해 연 4회, 분기별로 회의를 하기로 했다. 이 회의 결과는 각국 정상에게 즉각 보고될 예정이다. 김태효 1차장은 "한미 양국이 이번에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 기획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만큼 우리 국민들이 사실상 이웃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이 운용하는 트라이던트-Ⅱ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사거리가 1만2000㎞인 전략 핵무기다. 사실상 태평양 어디에서도 북한에 핵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셈이다.

워싱턴 선언을 살펴보면 한미는 유사시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해 한국군이 재래식 전력을 동원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작전개념을 발전시킬 전망이다. 또 양국 간 유사시 핵전력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도상 시뮬레이션(TTX)도 도입하기로 했다. 한미 간 핵 관련 협의가 군사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외교(D)·정보(I)·군사(M)·경제(E) 등 국력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방부 당국자는 "내년에 출범할 한국군 전략사령부와 (미국의 핵전력을 운용하는) 미국 측 전략사령부가 (한미의) 국방부 지침을 받아서 TTX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보동맹 협력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 사이버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채택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현재 미국이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영어권 국가들과 맺은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준하는 한미 간 정보 공유체의 출범이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진척된다면 3국 간 북한 핵·미사일 정보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방미 직전에 터져나온 미국의 도·감청 문제는 더 강력한 '정보동맹'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 사건은 별도로 시간을 갖고 분석이 끝나면 양국이 계속 점검해나갈 것"이라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정보동맹' 카테고리 차원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소 생소하지만 이번에 '문화동맹'이라는 동맹의 기둥이 추가된 것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새로운 대목이다. 한미 간 인적 교류와 문화콘텐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인데, 윤 대통령이 방미 첫날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로부터 한국 문화콘텐츠 투자를 이끌어낸 것 등이 대표적이다.

[워싱턴 박인혜 기자 / 서울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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