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복수의결권 도입' 벤처기업법 개정안…갑론을박 끝에 본회의 통과

벤처·스타트업 창업주 주식에 최대 10개 의결권
찬성 "벤처 생태계 선진화 위한 것"…반대 "경제민주화 어긋나"

27일 오후 제 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2023.4.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강수련 노선웅 기자 = 벤처기업 창업주가 보유한 주식에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도입하는 '복수의결권' 도입이 골자인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7일 치열한 찬반 토론 끝에 국회에서 통과됐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재석 260명, 찬성 173명, 반대 44명, 기권 43명으로 가결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의원들이 반대·기권표를 던지기도 했지만 부결 정족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 보유 주식에 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벤처·스타트업 창업주가 투자를 유치해 지분이 희석돼도, 경영권의 위협 없이 안정적 경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벤처업계의 숙원으로 꼽혔다.

이날 표결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8명의 의원이 법안 토론에 나설 만큼 찬반이 첨예하게 갈렸다.

반대 토론에 나선 야권 의원들은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주식회사 제도는 1주 1의결권 제도로, 60년전 만들어서 지금까지 지켜지는 큰 원칙"이라며 "유니콘 기업의 자금유치를 위해서 이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발의 당시 있었지만, 똑같이 만원을 투자했는데 창업주는 의결권을 10개 갖고 외부투자는 1개만 가지면 그게 투자유치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오 의원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일명 개미투자자들이 입장문을 발표하며 반대하고 있고,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많은 단체가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우리나라는 복수의결권을 가진 창업주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자본 거래를 했을 때, 다른 주주에 손실을 끼쳤을 때 교정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상법의 기본원칙은 1주 1지배권인데 특별법으로 벤처기업이라고 해서 (의결권을)더 준다하면 '반도체는 중요하기 때문에 해주자', '바이오도 해주자', 이런 예외 조항들이 곳곳에서 법체계에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복수의결권에 대해 "국민투표 시 10표 행사하는 시민권을 국가가 발행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같다"며 "같은 한 주인데 다른 사람의 것 10개 의결권 갖는다니 못마땅하다. 차등 의결권도 문제지만, 처음부터 일반주주는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주식을 만든다니 공정하지 못하다"고 했다.

찬성 토론에는 국민의힘 의원들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도 나섰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많은 의원님들이 제기했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국회의 역할은 우려가 있다고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우려가 구현되지 않게끔 법을 잘 만드는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비상장 기업에 한해 혁신적 기술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의 창업주를 위해서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을 하는 것이 국회의 당연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 중국, 일본 등이 대표적으로 복수의결권 채택하는 국가이며, 스타트업 강국인 인도와 싱가포르 등도 앞다퉈 복수의결권을 허용했다"며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벤처생태계를 선진화시키고, 나아가 벤처 선도국으로 성장하기 위함이다"라고 주장했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도 "복수의결권은 혁신성장을 꿈꾸는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인한 지분 희석의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안정적인 혁신 활동을 보장받고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며 "재벌 대기업 총수의 세습 수단 악용에 대해서도 우려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있었지만, 재벌 2, 3세가 세운 기업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어 벤처기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벤처기업에 한정한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안은 2021년 1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통과 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년 넘게 계류하다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