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D램·4분기 낸드 부활 … 삼성 '반등 시간표' 다시 짰다
매출도 전년대비 반토막
수요 감소폭 예상 뛰어넘어
감산규모 15% → 25%로 확대
하반기부터 단가 회복노려
고부가 DDR5는 생산 유지
삼성전자가 감산 규모를 올해 하반기 20~25% 선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세운 것은 반도체 시황이 아직까지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올해 1분기 4조5800억원 적자라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상반기에 기록한 대규모 적자를 하반기에 어떻게든 만회해야 연간 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D램은 3분기, 낸드플래시는 4분기 반등을 목표로 반도체 공급량 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27일 공시된 삼성전자 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의 올 1분기 매출은 13조73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이 26조87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재고자산 평가손실의 영향으로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모바일, TV 등의 수요 부진으로 주요 제품 수요가 급감해 실적이 하락했고, 파운드리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고객사 재고 증가에 따른 주문 감소로 실적이 저조했다.
이날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동안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 또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며 "재고 평가손실이 낸드 제품부터 반영됐지만 최근 D램 제품에서도 가격 하락이 심해지면서 재고 평가손실 규모가 확대됐고 실적에 추가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2분기 실적 전망 역시 좋지 않다. 김 부사장은 "서버는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투자가 보수적으로 진행되고 고객사 재고 조정도 지속돼 수요 회복은 1분기에 이어 지속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며 "모바일·PC도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심리 추이가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산 전략은 하반기 실적 반등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진행했던 1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인위적 감산'을 선언했던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축소된 반도체 공급량에 비해 수요 감소폭이 더 크다는 인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D램 생산량을 당초 생산 목표의 15% 안팎 축소하는 것으로 생산 전략을 수립했다.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 등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범용 D램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들어간 상태다.
김 부사장은 "이번 생산 조정은 레거시(범용) 제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1분기부터 시작된 라인 재배치 등이 추가돼 감산 규모는 훨씬 더 의미 있게 진행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시장 수요를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재고 수준 정상화는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는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감산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들어 D램에 비해 낸드플래시를 상대적으로 소폭으로 감산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고 수준의 낸드플래시 원가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이번 업황 불황기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도 고려되면서 감산폭과 시기를 늦췄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종합할 때 올 3분기엔 D램 시장이 회복세로 전환되고, 4분기 말엔 낸드플래시 시장도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예상 시나리오로 풀이된다.
다만 수요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등 선단(첨단) 제품은 감산하지 않고 생산을 유지할 계획이다. DDR5 128기가바이트(GB) 등 고용량 제품은 시장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하반기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어 수요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이는 선단 제품 생산은 조정 없이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작년부터 이어진 재고 조정으로 고객사 재고 수준이 감소함에 따라 하반기에는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는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파운드리사업 고객 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요구 조건과 관련한 피해 우려에 대해 서병훈 부사장은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개별 기업과 협상을 통해 구체화한다고 밝혔다"며 "삼성전자도 이런 절차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부사장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가능한 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승진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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