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1순위 영광은 삼성화재의 에디
남정훈 2023. 4. 27. 17:23
사상 처음으로 시행된 2023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드래프트 행사가 열린 27일 제주 썬호텔. 7개 구단 사무국장들이 추첨순서에 따라 구슬 색깔을 정했고, 각 구단별로 10개씩 총 70개의 구슬이 자동 추첨 기계 안에 들어갔다. 추첨을 맡은 신무철 KOVO사무총장이 처음 손에 들어 보인 구슬은 삼성화재의 파란색. 1순위 지명권을 얻게 된 삼성화재의 김상우 감독과 코칭스태프, 사무국 직원들은 파란색 구슬이 처음 나오는 순간 환호했다.
김 감독의 선택은 몽골 국적의 에디(24)였다. 2017년 1월 한국으로 배구 유학을 온 에디는 순천 제일고등학교 3학년 편입 후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에디의 성균관대 입학 때 배구부 감독을 맡고 있던 이가 바로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과 에디는 대학에 이어 프로팀에서도 사제지간을 이어가게 됐다. 198cm의 에디는 아포짓 스파이커와 아웃사이드 히터까지 양 날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에디는 “1순위로 뽑히게 되어 너무 좋았다. 6년 동안 오늘 같은 날만 기다려왔다“면서 “지금의 실력을 가질 수 있게 기본기를 잘 가르쳐주신 김 감독님께 더 많이 배우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 감독은 “공격력 보강에 중점을 두고 에디를 뽑았다. 더 많이 가르쳐서 좋은 선수로 키워보겠다”고 말했다.
2순위 지명권을 얻은 한국전력은 리베로 이가 료헤이(29·일본)를 선택했다. 이번 드래프트 전부터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은 리베로 보강을 원했다. 두 팀 중 지명권을 먼저 얻게 되는 팀이 료헤이를 얻게 될 것이 유력했다. 한국전력이 2순위, 대한항공이 3순위를 얻게 되면서 두 팀의 희비가 한 끗 차이로 갈렸다. 료헤이는 일본 실업팀 파나소닉에서 뛰는 리베로로, 이번 트라이아웃 연습경기에 리시브와 디그에서 모두 수준급 기량을 보여주며 모든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무조건 지명될 것으로 예상됐던 선수였다. ‘사실상 1순위 지명 아니냐’라는 말에 흐뭇하게 웃어보인 한국전력의 권영민 감독은 “지난 시즌 우리 팀의 리베로들이 너무 어려 기복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경험이 풍부한 료헤이 선수가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료헤이는 “기복없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권영민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료헤이를 놓친 대한항공은 아웃사이드 히터인 마크 에스페호(26·필리핀)를 3순위로 지명했다. 191cm의 에스페호는 이번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 리시브 능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선수로, 정지석-곽승석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콤비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에스페호를 두 선수를 뒷받치는 백업 선수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4순위 지명권을 얻은 OK금융그룹은 몽골 국적의 인하대 졸업 예정자인 미들 블로커 바야르사이한(25)을 지명했다. 에디와 함께 몽골에서 한국으로 배구 유학을 넘어온 선수로, 귀화를 꿈꿨으나 지난해 국적법 변경으로 귀화가 좌절됐다. 기량 외에도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소통에서 큰 점수를 받은 바야르사이한은 이번 아시아쿼터를 통해 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OK금융그룹은 1순위 지명도 유력했던 바야르사이한을 4순위로 품게 돼 이번 드래프트의 실질적 승리자라는 평가다. 바야르샤이한은 “지명되는 순간 그간 응원해주셨던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 것 같아 행복했다”면서 “대학 선배나 동기들이 신인 드래프트에 나가서 지명받는 것을 중계로 지켜보면서 참 부러웠다. 나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제 이름이 불렸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 최장신인 203cm의 미들 블로커 카오 웨이청(대만)을 5순위로 뽑았다. 전체 1순위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미들 블로커로서의 순수 기량은 물론 2001년생으로 어려 성장 잠재력도 가장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은 선수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드래프트 전 “1순위가 나와도 웨이청을 뽑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6순위 KB손해보험은 대만 국적의 아웃사이드 히터 리우 훙민(30)을 뽑았다. 이번 트라이아웃에 쌍둥이 형제인 리우 훙지에와 함께 대만 국가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는 훙민은 공수에서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여 지명이 유력했던 참가자였다.
마지막 지명권을 보유한 우리카드는 202cm 신장의 아포짓 스파이커 오타케 이세이(28·일본)를 뽑았다. 오타케는 1990년대 일본 국가대표로 활약한 오타케 히데유키의 아들로, 부자가 모두 일본 국가대표를 지낸 이력이 있는 선수다.
이날 뽑힌 7명의 선수는 10만달러의 연봉을 받게 되며 재계약 가능 횟수 제한이 없어, 원한다면 계속 V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
제주=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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