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전세사기 대책'에 임차인들 "피해자 거르기냐"
임차인들 "피해자 요건 과도하게 규정"
"가장 중요한 공공보증금 채권매입 반영 안돼"
동탄 전세피해자들도 "시급한 건 보증금인데…"
전세사기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안이 나온 가운데 피해자들은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대책"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27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여당이 낸 특별법은 시한이나 피해자요건, 피해인정 절차를 과도하게 엄격히 규정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대책위는 특별법 조항을 조목조목 짚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특별법에는 가장 중요한 공공의 보증금 채권매입 방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와 원희룡 장관은 채권매입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처럼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과 언론이 확인한 것처럼 이후 충분히 회수가 가능하다"며 "이미 정부는 혈세를 투입해 IMF 당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했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부도임대아파트의 채권을 매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발표한 우선매수권 방안도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경매꾼들이 경매에 참여하면 가격이 높게 형성돼 정작 피해자들이 해당 주택을 우선 매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매입임대도 조건이 까다로워서 실제 피해주택 중 어느정도를 매입할 수 있을지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특별법 지원대상 기준인) 6가지 요건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지원대상이 협소하고 심사도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닌 피해자를 걸러내기 위한 법안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짚었다.
이날 정부는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가지 특별법 지원 요건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지원 요건 중 하나인 '서민 임차주택'의 경우, 해당 금액이 2~3억원대로 한정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이 제외된다"며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금액을 크게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정부여당에서 발의한 특별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실태와 현황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진행해서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안을 대폭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불안해서 우선 매입했다가…" 지원 대상서 제외
화성 동탄신도시의 오피스텔 전세 피해자들 역시 정부 대책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주거 유지를 위해 일부 도움은 되겠지만, 정작 피해의 핵심인 보증금 손실에 대한 보완책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동탄지역 직장인 이모(30대·남)씨는 "동탄은 막대한 피해에도 사기 여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직 선명하게 규정되지 않아서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정말 시급한 것은 보증금인데 국가는 최소 규모로만 지원책을 설계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동탄의 경우 임대인 제안으로 이미 세입자들이 소유권을 다급히 매입하면서 취득세와 중개수수료 등 비용을 지불한 사례들이 잇따라,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강모(30대·여)씨는 "보증금 손실 줄이려면 소유권부터 챙기라는 집주인의 통보에 전세보다 떨어진 집값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살던 집을 등기 이전하는 바람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전세금 손실에 취득세와 중개수수료까지 추가로 900만 원을 더 손해 봤는데,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는 이날 발표한 지원책에는 소급 적용 계획은 담기지 않았지만, 사례들을 다각도로 분석해 향후 지원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금을 보전해주는 방식이 아닌 주거 안정을 도모하려는 대책이고, 소유권을 받아 임차인 신분이 아니거나 이주 등으로 항거력이 없는 상태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라면서도 "피해자들의 유형에 따라 지원 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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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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