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미동맹, 새로운 70년을 위한 약속
지금의 한미동맹은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조인되었다. 한국 측 대표는 당시 변영태 외무장관이었다. 양국이 머리를 맞대어 다듬고 구체화한 한미동맹이 공식 발효된 것은 약 1년 후인 1954년 11월 18일부터이다. 통상 조인을 기준으로 국가들 간 약속을 기린다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70년은 '고희(古稀)'에 해당하니,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복잡한 외교전(外交戰)에서 한미동맹의 70년 역사는 분명 드물게 축하할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27일 새벽에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의 핵심 내용은 '핵협의그룹(NCG)'과 '한반도 비핵화 정신의 강조', 이 두 가지로 압축된다.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약간의 해석이 필요한데, 전자의 경우 쉽게 표현해서 유럽 NATO 수준으로 한미 간 핵무력 사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협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핵무력 사용의 최종 결정권은 미국이 가지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핵무력 관련 정책은 매우 광범위한 단계에 걸쳐 있고, 특히 대북 억제력 유지를 위해 한국 정부의 의견, 정보, 판단, 입장, 정책이 다양한 단계들에 제도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면, 북핵 문제는 향후 차원이 다른 효과성을 가지고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외교안보를 지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여된 한국적 차원의 특수한 책임은 일단 적절하게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이슈의 경우 여러 가지 목적을 충족시키고 있다. 작년 이후로 다양한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체 핵무기 보유 시도' 관련 질문에 대체로 60% 수준에서 '찬성' 결과를 보였다. 국제정치학을 연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오랫동안 많은 희생을 치러가며 확보한 '평화 국가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으며, 동시에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남북한 간 핵무력 대결' 현실화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 한미동맹 70년을 계기로 '워싱턴 선언'을 통해 발신한 '비핵화 정신'은 평화 지향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어,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비핵화 정신'은 북한에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터준 묘책의 하나이다. 지금의 북한 행태로 미루어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후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는 의미 있는 근거로 작동할 것으로 믿는다. 이외에도 두 정상은 한미동맹의 향후 70년 시간은 경제동맹에 방점이 있고, 특히 첨단 기술산업에 걸쳐서 다양한 협력과 상호이익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혹자는 IRA로 인해 감정이 상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녹이기에는 부족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으나, 한미가 함께 나아갈 미래 동맹 역사에서 우리가 넘어서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반면교사로 삼아 다른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이익을 확보하면 된다. 미국이 맺고 있는 40여 개 동맹 관계 중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로 평가 받는 한미동맹이 '워싱턴 선언'이라는 디딤돌을 딛고, 향후 더 성숙하고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박인휘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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