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부터 맥주 회사까지…PC주의 기업 때리려 ‘친기업’ 정체성까지 포기한 공화당의 도 넘는 ‘안티 워크’
미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 중 한명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정치적 올바름’(PC)을 표명한 기업들을 차례로 공격하며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니월드부터 미국 맥주 브랜드인 버드 라이트까지 그의 타깃이 됐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디즈니는 26일(현지시간) 디샌티스 주지사가 정치적 보복을 위해 디즈니의 재산권을 박탈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다며 플로리다 북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디즈니는 “디샌티스는 주정부 권력을 무기 삼아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어야 하는 정치적 견해 표명에 보복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히 반기업적이며,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디즈니는 이날 ‘중부 플로리다 관광 감독 지구’(CFTOD) 위원회가 디즈니월드 일대에 지정된 특별행정구역에 대한 통제권을 디즈니에 장기간 부여하는 협정을 무효로 하기로 결정하자 즉각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디샌티스와 디즈니의 갈등은 지난해 5월 플로리다주가 공립학교에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에 대해 교육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이른바 ‘게이라고 말하지 마’(Don’t say gay) 법을 제정한 것이 발단이 됐다.
디즈니는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직원들이 단체로 항의하자 밥 체이펙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디샌티스 주지사는 디즈니를 ‘워크(Woke·깨어있는) 디즈니’라고 비난하며 디즈니월드에 대한 행정 감독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디샌티스는 그러면서 “디즈니가 싸움을 선택하고 싶다면, 잘못된 사람을 선택한 것”라며 “누가 위인지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디샌티스가 PC와 다양성 이슈 등을 이유로 싸우고 있는 기업은 디즈니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 버드 라이트 역시 디샌티스의 공격을 받았다. 최근 디샌티스는 버드 라이트가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가인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와 마케팅 협업을 했다는 이유로 버드 라이트를 비난했다. 이에 지지자들이 버드 라이트 불매 운동에 나서면서 버드 라이트 주가는 5% 가량 하락했고, 버드 라이트 마케팅 부사장이 휴직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공화당은 지난 대선에서부터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우는 것에 반대하는 ‘안티 워크’를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내 PC주의에 반감을 갖고 있던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를 보이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내년 대선 출마를 밝힌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나는 약하고 워크에 빠진 나라가 아니라 강하고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대선에 출마한다”며 “워크는 그 어떤 전염병보다 더 위험한 바이러스다”라고 말하는 등 ‘안티 워크’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 등 전통적으로 ‘친기업’ 성향이며 정부 개입 최소화를 내세우는 공화당이 주요 기업들과 대립하고 민간기업 활동에 주정부가 개입하는 상황까지 펼쳐지자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디즈니에 대한 디샌티스의 행동을 근거로 볼 때, 나는 그를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부가 (기업을) 처벌하다니,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라고 말했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둔 공화당에도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공화당 ‘큰 손’인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공화당이 미국의 혁신과 미중 갈등 등 중요한 문제에 더 관심 갖지 않고 ‘워크’ 등 문화적 논쟁에만 몰두하는데 반발해 2024년 대선에서 어떤 후보도 후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디샌티스로부터 공격을 당한 버드 라이트의 모회사인 앤하이저부시 역시 2022년 전체 기부금의 약 78%를 공화당에 후원했지만, 버드 라이트가 디샌티스와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전과 같은 후원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ESG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주주, 고객 및 직원으로부터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해 발언을 하라는 더 많은 기대와 압력을 받고 있지만, 공화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 기업에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지적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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