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자 예상됐던 삼성전자, 갤럭시가 살렸다
스마트폰서 4조 벌어 선방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 사업부의 부진이 뼈아팠다. 다만 스마트폰 사업이 분발한 덕분에 영업손실은 면했다. 역대급 불황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만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중장기 사업성 강화에 나섰다.
역대급 부진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3조7400억원, 영업이익 6402억원을 거뒀다고 27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1%, 95.5% 줄어든 수준이다. 당기순이익도 1조5746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86.1%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심리가 위축된 점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증권사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64조2012억원, 영업이익을 1조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 사업부문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D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4조5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 1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후 14년만의 적자다.
DS사업부문의 부진은 주력인 메모리사업부 부진이 컸다. 김재준 DS사업본부 부사장은 "1분기 메모리 시장은 경기 둔화로 고객 심리가 둔화했고, 다수 고객사의 재고조정 노력이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했다"며 "낸드플래시 역시 IT기업들의 수요 감소로 역시 서버나 스토리지 중심으로 수요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사업과 파운드리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정기봉 DS사업부문(파운드리) 부사장은 "주요 팹리스 및 세트업체들의 주문 감소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파운드리 부문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TV 등 주요 응용처의 수요 부진에 따라 주요 제품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권혁만 시스템LSI 사업부 상무는 "1분기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센서,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주요 제품의 수요가 급감해 실적이 감소했다"며 "다만 모바일 SoC(시스템온칩·System on Chip) 부문에선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매출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부진했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본부(SDC)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7800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1조900억원) 대비 28.4% 감소한 수준이다. 주력 사업인 중소형 디스플레이가 전방 스마트폰 및 IT 기기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진한 탓이 컸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1분기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지속으로 전방 시장의 수요 위축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다만 대형 사업은 주요 고객의 QD(퀀텀닷)-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신제품 출시 등 프리미엄 시장 위주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부진은 스마트폰 사업이 만회했다. 삼성전자 DX(Device eXperience) 사업본부는 매출 46조2200억원, 영업이익 4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월 내놓은 갤럭시S23 시리즈 영향으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Mobile eXperience)부문이 3조9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며 대부분의 이익을 책임졌다.
다니엘 아라우호 MX사업본부 부사장은 "하이엔드 제품인 갤럭시 S23울트라의 높은 판매 비중과 대용량 스토리지 중심 판매 전략이 DX 사업부문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며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감소했지만 프리미엄 비중 확대와 평균판매가격(ASP) 인상으로 매출은 선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TV 중심의 영상(VD)과 가전제품 사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기간 VD·가전 사업의 영업이익은 1900억으로, 전년 동기(8000억원) 대비 76.2% 급감했다.
노경래 VD사업부 상무는 "올해 1분기 TV시장 수요는 연말 성수기 이후 비수기 진입 및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으로 전분기 및 전년동기 대비 모두 하락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요 가전제품 수요 역시 감소했고, 1분기 물류비와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비용이 증가한 탓에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올해 실적이 부진하면서 삼성전자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를 기록했다. ROE는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투자된 자본을 통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그동안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해왔던 ROE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역대급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구개발(R&D)와 시설 투자에 총 10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서병훈 IR 담당 부사장은 "지난 1분기 메모리 가격 하락과 재고평가손이 이어지면서 매출 총이익은 전분기 대비 4조원 가량 감소한 17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매출 총이익률도 27.8%로 3.2%P(포인트) 감소했다"며 "다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미래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비의 경우 지난 분기에 이어서 분기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중장기적 사업성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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