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 사태 원인으로 지목된 미등록 투자자문업체…금융위 압수수색
주식시장에서 삼천리 등 8개 종목이 연일 급락한 배경으로 미등록 투자자문업체가 H사의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H사를 압수수색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H사는 고객이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식으로 투자자를 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한 8개 종목에 대해서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저평가된 우량 종목”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내증시에서 서울가스(-30.00%), 대선홀딩스(-29.98%), 선광(-29.86%)은 또 한번 하한가를 쳤다. 지난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한가다. 3개 종목 외에도 다우데이타, 삼천리,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등 5개 종목이 24일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해당 종목들은 지난해 4월부터 1년여간 주가가 큰폭으로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8개 종목이 하한가를 친 배경으로 미등록 투자자문업체인 H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H사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하다가 반대매매를 당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H사는 고액 투자자들을 모아 차액결제거래(CFD)를 해왔는데,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자 반대매매가 일어났고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이들이 투자했던 8개 종목의 주가도 급락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H사의 대표 A씨 등 관계자들이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정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통정거래’로 일부 종목의 주가를 상승시켰고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알고 급히 매물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폭락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씨 등은 투자설명회 등 통해 투자자들을 모집했으며, 모집한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1억원 당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소개를 유도하기도 했다. 1억원 이하의 투자금은 받지 않고 고액 투자자들만 모집했다.
투자는 투자자가 본인 명의로 만든 핸드폰을 H사에 맡기면 A씨 등이 투자자의 핸드폰을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실제 전날 H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200여대를 확보했다. 투자자들은 매매 방식에 대해서는 “A씨 등이 말은 하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 매매가 이루어지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가스 등 8개 종목에 대해서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종목들이다. 상속할 때 증여세를 덜 내기 위해 일부러 주가를 떨어 뜨려둔 종목들이 많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지분이 많고 주식시장에 풀린 물량은 많지 않아 시세조종이 용이한 종목들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SG사태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가수 겸 배우 임창정씨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SG관련자들이 저평가된 우량기업에 대한 가치 투자를 통해 재력 있고 신망 있는 유명한 자산가의 주식계좌를 일임받아 재테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며 “그들에게서 엔터 사업의 자금을 투자받기로 별도의 약속을 받았던 터라 이들이 하는 말을 ‘좋은 재테크’로만 믿고, 다른 투자자들이 했다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계좌 개설을 해줬고 (매각한 기획사의) 주식 대금 일부를 이들에게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검·경찰과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은 H사에 대해 통정 거래 등 주가조작 여부를 조사 중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는 27일 서울 삼성동의 H사 사무실, 관계자 명의로 된 업체와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4일에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관련자 10명을 출국금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주가조작 의심혐의를 알게 된 시점에 대해)최근에 인지했다”며 “수법에 대해 내부적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겠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으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수익을 본 세력안 따로 있다”고 말했다. A씨는 “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죄를 달게 받을 것”이라며 “지금 이 일련의 하락으로 인해서 수익이 난 사람이 있다라면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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