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핵 공유 묘안 찾았다…'워싱턴 선언'의 의미는

박태진 2023. 4. 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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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 방미 3일차]
확장억제 특화 ‘워싱턴 선언’…대통령실 “사실상 핵공유”
尹-바이든, 정상 차원 첫 확장억제 합의
美 NSC “전례 없는 확장억제 약속…큰 걸음”
野 “얻은 게 없어”…전문가 “실효성 의문”

[워싱턴 DC=이데일리 박태진 권오석 박기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핵 공유 묘안을 찾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 대신 미국의 핵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정례 배치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사실상의 핵 공유”라고 평가했고, 미국 측도 “전례 없는 확장억제 약속”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일부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워싱턴 선언’ 정도로 실효적인 핵 공유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尹 “확장억제 강화·실행 방안, 과거와 달라”

‘워싱턴 선언’은 한층 실질적인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북핵 위협 고도화에 맞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구체화·제도화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관여도를 높인다는 데 한미 정상이 뜻을 같이했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 확장억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정상 차원의 첫 공동 합의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가 1년 가까이 확장억제 이슈와 관련해 협의해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핵협의그룹(NCG) 신설,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 핵 위기 상황에 대비한 도상 시뮬레이션 등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정상회담 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확장억제 강화와 그 실행 방안은 과거와 다른 것”이라며 “북핵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핵 자산에 대한 정보와 기획, 그에 대한 실행을 누구와 함께 공유하고 의논한 적이 없다”며 “새로운 확장억제 방안이고 그래서 더 강력하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창설되는 NCG의 경우 한미 간 핵 관련 논의에 특화한 첫 고위급 상설 협의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차관보급 협의체로 1년에 4차례 정기 회의를 개최하며 회의 결과는 양국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미국의 한반도 관련 핵 대응 의사결정 과정에 한국의 관여도를 늘리고 한미 간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워싱턴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이번에 미국 핵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했다”며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측도 호응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강화와 관련해 ‘워싱턴 선언’이 채택된 데 대해 “전례 없는 약속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고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워싱틴 선언’에서 핵 대응을 내세운 게 한국 내 강한 핵무장 여론을 고려해서인지 한국 정부의 강한 요구에 따른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우리가 한미동맹과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진지하고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답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번 ‘워싱턴 선언’에서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선언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NPT 탈퇴 권리 포기에 유감”

하지만 야권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확장억제안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한국시간) 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의 핵 무기에 대한 대응을 담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핵과 전략기획을 담당하는 공동협의체를 만들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안보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2021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것이 없으며 기존 미국의 핵우산 정책과 크게 달라진 게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도발시 작전권을 갖는 미국이 얼마만큼 도움을 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 실장은 “NCG 설립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북한의 대남 전술핵 위협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북한의 제7차 핵실험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국가생존을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 있는 권리마저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대응과 관련해 한미 간의 협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단순한 협의의 확대로 북한 핵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안감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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